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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소방관 Oct 16. 2023

[칼럼] 실화재 훈련의 시너지

소방의 팀은 여느 회사의 팀과는 다르단 이야길 하곤 한다.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의 한 종목인 ‘팀추월’은 직선구간의 중앙, 반대편에 마주한 두 팀이 동시에 출발해 400m 트랙을 돌아 순위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승선을 통과한 마지막 주자의 기록으로 승패를 가리기 때문에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서로 간에 큰 거리 차이를 내며 결승점에 들어오는 보기 드문 장면이 우리나라 선수단에서 발생했다. 이 경기 후 ‘왕따 주행’이라는 여론의 질책이 계속됐다. 며칠 뒤 선수 중 한 명이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팀에서는 하나가 돼야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있는 법이다. 개인 역량이 1이라고 가정할 때, 2명이 모이면 2라는 산술적 계산은 가능하지만 2가 아닌 0이 될 수도 3이 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사람이 늘어날수록 개인의 능력치가 감소되는 링겔만 효과고, 후자의 경우 전체의 합이 부분의 합보다 커지는 시너지 효과다.

광주소방안전본부 화보집 / 광주소방학교 종합훈련장

 소방은 최근 5년간 대규모 채용을 통해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등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소방의 하위 계급인 소방사와 소방교 그러니깐 일반직 8, 9급에 해당하는 소방관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어서면서 현장을 경험한 소방관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낳았다. 몸집이 커진 만큼 재난 현장에서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호도 따라붙었다. 결국, 링겔만 효과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소방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화재 성상에 대한 간접경험이 가능한 실화재 훈련을 ‘팀 단위’로 추진하고 있다.

광주소방학교 100기 신임소방관 교육훈련

 실화재 훈련이란, 구획된 실에서 불의 성질과 연소법칙 등 기본적인 화재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불길을 잡아가며 인명 검색과 구조를 실시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화재진압 역량향상에 가장 필요한 훈련으로 평가받기도 한 실화재 훈련은 광주소방 5개 소방서 모두가 팀 단위로 훈련하고 있다. 그런데, 실화재 훈련 앞에 왜‘팀 단위’가 붙은 걸까? 화재 등 재난 현장은 어느 한 소방관의 특출한 역량으로 해결할 수 없다. 내부 진입에서도 2인 1조 원칙이 고수되고 있는 만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팀 역량이 중요하다. 이번 실화재 훈련은 그간 팀별 몇몇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훈련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팀 전체가 함께 훈련함으로써 팀워크 향상과 더불어 현장 대응역량을 제고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실화재 훈련이 비단 경험이 부족한 후배 소방관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수십 년 전, 제대로 된 훈련 환경도 커리큘럼도 없이 이뤄졌던 훈련이 아닌 건축물 내부 진입절차부터 냉각과 배연, 화재하중 등 화재를 보다 더 공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 선배 소방관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진부하고 어려운 이론보다 화재 성상을 눈과 귀 그리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화재 훈련은 더 현실적이고 풍부한 경험을 제공해 소방관들의 기본기가 되고 있다. 실화재 훈련뿐만 아니라, 최근 전기차 증가에 따른 배터리 냉각을 위한 소화수조와 질식소화 덮개 활용을 통한 다양한 진화 방법 역시도 팀 단위로 진행되고 있다.

광주소방안전본부 화보집 / 광주소방학교 실화재 훈련장

  화재 성상은 환경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해 공격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 다행히 화재진압에 사용하는 차량과 장비 또한 발전하고 있지만, 변화무쌍한 재난 현장에서의 성패는 결국, 소방관의 역량이다. 소방의 팀은 여느 회사의 팀과는 다르단 이야길 하곤 한다. 긴박한 상황에서 빠른 판단과 신속한 대처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워크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번‘팀 단위’ 실화재 훈련은 개인의 역량은 물론 팀 역량 향상으로 강력한 방어력을 갖춰 재난대응의 시너지를 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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