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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똥구리 Oct 26. 2024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쓴다는 건 무얼까? 왜 일기를 써야 할까? 일기로 무엇을 써야 할까? 훌륭한 분들의 일기는 그 생활, 만남, 생각 그 자체를 기록하여 남기는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도 가치가 있는 것일까? 기록이 귀하던 시절의 자료라면 몰라도 지금은 시청각 자료도 넘쳐난다. 후세는 글이 아닌 영상으로 우리의 삶을 돌아볼 것이다.     


꼭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만 기록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기를 쓰는 것은 그날 하루를 돌아보고 내일을 조망하는 계기이다. 그날의 사건사고를 시시콜콜 기록할 필요는 없다. 그날 기억할 만한 거리가 있으면 쓰고 느낀 감정이 있으면 적으면 된다. 


<하버드대 행복연습>에 따르면 글로 적고 정리하면 슬픔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은 줄어들고 반대로 행복은 커진다고 한다. 일기장에는 그날그날 초조와 분노 그리고 기쁨을 적으면 되는 것이다.      


“일요일, 열 살 아들 녀석과 좁은 욕조에서 목욕을 함께 했다. 혼자 반신욕 하며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발가벗고 따라 들어오는 아들이 귀엽기만 했다. 장난치고 티격태격하다 결국 찬물 세례까지 받아야 했지만, 그 순간 너무나 행복했다.(16년 일기 중에서)”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인생이 고해라지만 살면서 기쁘고 행복한 일도 참 많다. 그 순간들은 찰나 간에 지나간다. 그 기쁨 그 행복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서는 그 순간을 적어 놓아야 한다. 작가들처럼 정확하고 화려하게 그 감정을 표현하지는 못할지라도 그날그날의 일과 감상을 나름대로 써 놓으면 일반인의 일기로는 충분하다.


아들은 이제 나보다 키가 크다. 탈피하듯 벗어버린 아들의 후드티는 이제 내 차지가 되었다. 듬직한 아들이 곁에 있지만 그날의 작고 귀엽던 아들은 여전히 일기장에 남아 있다. 일기장을 여는 순간 그날의 냄새와 색깔, 소리와 따스함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17.2.2, 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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