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아버지의 마음
58세 초로의 남자, 두 딸의 아버지이자 한 여인의 남편이었다.
큰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삼 년 만에 취업에 성공하였다. 그는 기쁜 마음에 중고 마티즈 한 대를 딸에게 선물하였다.
첫 취업, 첫 차, 그 딸은 얼마나 기뻤을까? 딸보다 더 기쁜 것은 아버지였다.
자신은 석회가루 날리는 시끄러운 거친 공장에서 일하지만 더 가슴 아픈 것은 취업이 안 되어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이었다.
다행이었다.
마티즈를 타고 출근하는 큰 딸아이 모습을 그리며, 그래도 자동차 한 대쯤 선물할 수 있는 자신의 형편에 감사하며 곤하게 잠이 들었다.
큰 딸이 취업한 지 삼일 만에 그는 잠이 들었다.
영원히.
바로 옆 상갓집은 잔칫집 같았다. 장수하였고 자식들 여럿에 모두 좋은 경력이 있는지 화환도 줄지어 서 있었다. 어린 딸만 둘인 고인의 상갓집은 을씨년스러웠다.
장례식은 남은 사람들의 잔치일 뿐, 죽은 이에게 이승의 장례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영면에 들 때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어쩌면 기분 좋게 막걸리 한잔하고 아무 근심 없이 마음 편하게 다음날을 그리며 잠들었을 것이다.
그날의 그는 미련이 없었지만 오늘의 그는 사무치게 후회하고 아쉬워할 것이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자신이 아닌 남은 가족에 대하여.
보살필 수 없는 처지에 대하여, 더 사랑해 줄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하여 후회하고 안타까울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 다 그러하지 않을까.
(17.4.9, 25.8.13)
사진_연꽃과오리ⓒ소똥구리(25.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