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사에서 전화가 왔다. 양돈장 질식사고에 대해 몇 가지 문답이 오갔다. 통화가 끝나고 혹시 류기자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담당기자는 깜짝 놀라며 선임인 류기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지 17년째이지만 농민신문사와 통화를 하자 바로 그 이름이 떠올랐다. 최근 만난 이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옛 친구의 이름은 잊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류기자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그녀가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기 때문이다. 대학원 친구들은 대부분 전공 분야 연구소나 관련 업계로 진출했다. 기자가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녀를 기억하는 건 희소한 직업 때문만은 아니다. 기자가 되는 것은 그녀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뒤풀이자리에서 그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싶다고 하였다. 굉장한 선언이나 인생의 결단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듯 말하였다.
나 또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글쓰기를 직업으로 또는 취미로라도 해보겠다고 감히 말해 본 적이 없었다. 글쓰기는 넘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세상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글 쓰기를 좋아하고 기자가 되고 싶다고 담담히 당연하듯 말하였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그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이십 년이 지났지만, 꿈을 향한 그녀의 선택을, 그날을 기억한다. (17.6.28, 25.9.26)
꿈들ⓒ소똥구리(25.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