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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Dec 18. 2024

망막에 구멍이... 나이 드니 없던 병이 자꾸 생긴다

안과에는 백내장 수술하러 온 노인이 90% 이상, 남편도 그중 한 사람


은퇴하고 요즘 만나는 지인들이 60, 70대 시니어들이다. 젊어서는 함께 해외여행도 다니고 산에도 가며 건강을 자랑했었는데 요즘 만나면 아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장 많이 아픈 곳이 허리이고, 다음으로 무릎이다. 수술까지는 아니어도 정형외과에서 허리가 아파서 물리치료를 받고 주사를 맞았다는 분이 많다. 나도 시술할 정도는 아니어도 협착증이 있어서 정형외과에서 아픈 부위에 주사를 몇 번 맞았는데 지금은 견딜만하다. 주사 맞을 때는 무척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날 정도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60, 70년을 서서 다녔으니 허리가 아픈 것이 당연하다. 나도 허리가 많이 아팠는데 퇴직하고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줄었고 걷기도 매일 하고 적당한 근육 운동을 하니 요즘 아침에 일어날 때 스트레칭하고 움직이면 괜찮아진다. 꾸준하게 근육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70대가 지나면 무릎 수술하시는 분이 많다. 무릎 연골 수술을 하신 분은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것을 힘들어하셨다. 70대인 남편도 무릎이 아파서 바닥에 앉는 것도 불편해하고 오래 걷지 못한다. 내년에는 무릎 연골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 60대까지는 건강하다고 자부했는데 70대가 되니 없던 병이 자꾸 생긴다.


요즘 정형외과에 가도, 심장외과에 가도, 안과에 가도 환자의 70% 이상이 노인이다. 특히 안과에는 대부분이 노인이다.



망막에 구멍이 뚫렸다니... 앞이 깜깜해졌다


11월 중순 어느 주말, 아들과 손자와 식사하는데 남편이 눈이 갑자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눈이 답답하고 눈앞에 까만 점이 날아다니는 것 같아."

"아버지, 안과에 빨리 가보세요."


다음 날 집 근처 안과에 가서 검사하였는데 망막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고 의사 소견서를 써 주었다.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남편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없었고, 국민 대다수가 걸린 코로나조차 걸리지 않았었다. 그만큼 건강에 자신 있어했다.



다음날 서울에 있는 큰 안과병원에 가서 검사를 다시 했는데 망막에 구멍이 뚫린 병으로 황반 원공이란 병명을 받았고, 백내장도 있어서 함께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원인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노안의 일종이라고 한다. 12월로 수술 날짜를 잡고 수술 전에 두 번 정도 더 검사했다.


망막이 어렵긴 하지만, 저절로 붙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기대했었는데 수술 전날 검사에서 구멍이 더 커져 있었다. 수술을 해야만 했다.



수술 당일 아침 7시에 병원에 도착하여 입원했고 눈동자가 커지는 안약을 20분 간격으로 넣고 수술 준비하며 기다렸다. 환자복을 입은 것만으로도 환자티가 역력했다. 5인 병실에 오신 분들도 모두 백내장 수술로 입원하신 어르신들이었다.



병실뿐만 아니라 외래 진료로 오신 분들 대부분도 노인으로 백내장 수술로 방문한 분들이었다. 이곳 안과 병원에 오신 분들 중 90% 이상이 백내장 수술로 방문했다고 한다. 병원 여기저기에 백내장 수술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갑자기 나도 눈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한 친구도 건강검진에서 백내장이 진행 중이라고 해서 핸드폰도 멀리하고 눈에 백내장 안약을 넣으며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며 나이 들며 없던 병이 생기니 우울하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검사의 필요성을 더 느낀다.



남편은 수술 전에 수액을 먼저 맞았다. 남자 간호사가 수액을 놓아주었다. 요즘 병원마다 남자 간호사가 더러 보인다. 나도 입원해 보아서 아는데 입원하고 가장 싫은 것이 수액 맞는 거다. 한 번에 성공하면 그나마 괜찮은데 여러 번 수액 바늘을 찌르면 죽을 맛이다. 입원은 하루지만, 남편은 수액을 맞으며 수술실로 내려갔다.


입원실 옆 침대의 환자들은 백내장 수술만 하는데, 남편은 망막 수술까지 두 가지 수술을 해서 더 힘들었다. 망막 수술은 수정체에 가스를 넣어 망막이 가스 힘으로 붙게 하는 수술이고 백내장 수술은 렌즈를 삽입하는 수술이라고 한다. 수술이 성공하지 못하면 가스 대신 기름을 넣어준다고 했다. 수술은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수술하고 병실에 올라온 남편을 보니 수술한 왼쪽 눈에 두툼한 안대를 하고 올라와서 중병 환자 같았다. 수술할 때 눈 마취를 했는데도 많이 아팠다고 했다. 마음이 짠 했다. 안대는 다음날 병원 진료할 때 떼어 주고 투명한 다른 안대를 주었다.



입원은 하루였지만 수술 후에도 통원치료하러 계속 다녔다. 수술한 눈은 2주 정도까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고 집에서도 머리를 뒤로 젖히면 안 되고 앞으로 숙이고 있어야 하고 잠잘 때도 엎드려 자거나 옆으로만 누워서 자야 한다고 했다. 수술도 힘들었는데 회복은 더 힘들다.


먹어야 할 약도 많고 2시간 간격으로 안약을 계속 넣어야 한다. 안약이 세 가지라 시간 보며 잊지 말고 넣어야 하고 먹는 약도 방법이 달라서 신경 써야 한다. 약봉지에 크게 복용 시간과 방법을 써 놓고 옆에서 챙겨주고 있다.


눈 수술 후 남편은 말한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여. 욕심부리지 말고 겸손하게 살며 운동도 꾸준하게 하고 건강을 지켜야겠어. 한쪽 눈이 안 보이니 우울하고 세상 모든 게 귀찮아. 빨리 두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


그러며 장애인들을 좀 더 배려하고 도와주어야겠다고 말했다.


나도 요즘 오른쪽 눈 시력이 0.3까지 떨어졌다. 눈이 1.5이어서 시력은 자신 있었는데 나이 들며 검사할 때마다 시력이 떨어져서 쉰 살 즈음부터 돋보기를 썼는데, 지금은 돋보기 없이는 책도, 핸드폰도 못 본다.


아무래도 남편 눈 수술이 회복되어 건강해지면 나도 눈 검사를 해보려고 한다. 백내장 증상이 시력도 떨어지고 눈도 뿌옇게 보이는 거라고 한다. 지금 나도 눈이 답답하고 멀리 있는 것도 잘 안 보인다. 검사가 필요한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저녁 늦게까지 핸드폰을 보고 있다. 남편  수술로 눈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낀다. 이제 저녁 9시 이후에는 핸드폰을 보지 말고, 지하철이나 어두운 곳에서도 핸드폰을 보지 않아야겠다. 소중한 눈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아이들만 핸드폰 중독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른도 핸드폰을 많이 본다. 나 역시 늘 핸드폰을 들고 산다. 나부터 먼저 실천하며 눈 건강을 지켜야겠다고 남편 눈 수술로 다짐했다.


남편이 눈 수술 후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 수술한 눈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 눈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니 힘들어도 의사 선생님이 일러준 것을 잘 지켜 수술 후 회복이 잘 되어 수술 전보다 더 밝은 눈이 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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