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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Sep 26. 2022

복류년(覆流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더 잘할 수 있을까?-형비,적자로,경초

如果你可以选择‘重新开始’的话,你愿意再来试试吗?


나의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은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면 나는 더 잘할 수 있을까요?

요즘 이렇게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회귀물이나 소설에 빙의되는 드라마나 웹 소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쉬움이 남아서일까요? 그렇다면 이번에 망한 나의 생을 다시 그때로 돌이킨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까요? 

이 드라마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목도 알려주고 있죠. 복류년(覆流年), 즉 물이 흐르는 것을 거꾸로 돌리 듯, 세월을 거꾸로 돌린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럼, 왜, 누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자신의 선택을 바꾸어 보려고 했는지 살펴볼까요?


‘나의 이름은 루안란(陆安然), 이번 생은 잘못된 선택으로 처절하게 망했다.’


형비 배우가 맡은 루안란은 배를 여러 척 가진 거상 루가의 첫째 딸입니다. 루안란은 여자이지만 아버지에게도 인정받고 가문의 사업을 이어받을 사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는 아주 명석하고 선량한 마음을 지닌, 다시 말하면 흠잡을 데가 별로 없는, 바로 그런 여성이지요.

그녀는 우연히 폭약 실험을 하다가 경왕인 무저(穆泽)-'목택'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그것이 우연인 줄 알았죠. 이때는 신분도 숨기고 호위무사인척하고 있었거든요. 그녀는 이 경왕과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경왕역의 경초배우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로 원래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 줄 알고는 있었지만, 이 '경초'배우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잘해요. 전, 꿈에도, 이 경초가 남자 주연인 줄 알았답니다.

그러나 여러분 남주 1은 여기에 있었으니, 穆川(무촨)'목천', 훗날의 제왕인 이 배우, 적자로가 바로 남자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저는 드라마를 끝까지 보면서, 목택과 목천 중 남주는 누구인지 맞춰보라고 하면 끝까지 헷갈리게 되더라고요. 


남주1도 만났지만 우리의 여주인 육안연(루안란)은 그가 남주인지 모른 채 경왕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살게 돼요.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지만, 저는 그것들은 드라마를 보시기를 강력 추천드려요.

그녀는 몰랐지만 우리 남주 2였던 경왕은 그녀와 그녀의 가문을 이용하기를 원해서 그녀에게 접근했던 것이었지요. 그는 온갖 계략을 쓰며 황제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 사이에 육안연은 모든 것을 하나씩 잃게 되지요. 그녀는 몰랐어요. 왜 이런 일들이 자신에게 일어나는지. 헛똑똑이죠.

시집오기 바로 전에 아버지의 둘째 부인에 의해 어머니를 잃고, 남편의 첩실에 의해 아들을 잃고, 자신을 잘 따르던 배다른 남동생도 잃게 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그녀 곁의 사람들은 다 죽여야 속이 시원한 듯, 이 드라마는 안란에게 잔혹하게 돌아갑니다. 그녀와 자매처럼 지내던 하녀 링시는 둘째 부인의 딸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아버지도 남편의 책략에 의해 희생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묵묵히 지켜주던 도련님이었던 무촨도 남편에 의해 독배를 마시고 죽게 되죠.

그녀는 후에야 이것들이 지신이 믿었던 루가의 둘째 부인과 그녀의 딸이 하나씩 준비한 계락이고, 남편이 짜 놓은 판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 아들의 죽음조차, 그 아이의 아버지인 경왕이 이용했었죠.

그녀는 처참하게 버림받고, 짓밟힌 후에 궁전을 불태우며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게 1화부터 3화까지의 내용이에요. 차마 눈뜨고 못 볼 내용이죠. 저는 조용히 욕을 해주었습니다. '무슨 내용이 이따위야?'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해요. 형비는 이 드라마에서 이제 연기다운 연기를 시작합니다.


다시 돌아온 시간, 알게 된 진실


죽었다고 생각한 그녀가 눈을 뜬 것은 드라마의 시작 부분입니다. 이제 곧 경왕을 만날 차례입니다. 자신의 원수인 경왕을 다시 만나야 하는 그녀, 이제는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그녀는 계속 자신의 과거에 감추어져 있던 일들의 진상을 알아가게 됩니다.

그녀의 행복을 전에 살았던 삶에서도 지켜줬던 것은 역시 남주1인 무촨이었습니다. 얘가 남주1이라니까요. 이 친구는 선량의 극치입니다. 다른 드라마였으면 제일 먼저 죽었을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9황자인 무촨에게는 강력 파워가 하나 있어요. 바로 둘째 형인 경왕이 제일 사랑하는 남동생이라는 거죠. 세계 최강 빌런이 그를 보호하고 있으니 그는 그 선량한 마음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어쨌든 우리 여주는 드디어 진정한 남주가 누구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남주도 이제야 드디어, 자기 분량을 챙기기 시작하구요. 여태까지는 남주가 누구인지 알 수가.


남주1인 적자로의 연기가 극강에 달한 것은 루안란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밤낮으로 그녀의 환영을 보면서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으면서 그녀의 고향으로 달려왔을 때였어요. 

그는 살아있는 루안란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눈을 감고, 만지지 않으면 그녀가 계속 환영으로라도 자신의 곁에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녀가 다가오자 눈을 감고 뒷걸음질을 칩니다.

루안란이 자신이 진짜 살아있음을 알려주자, 그는 그녀를 품에 꼭 안고 눈물을 터뜨리죠.

그때 알았습니다.

적자로, 찐이구나.


수많은 지략들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했지만 


정말 루안란이 아니면 다시 살아도 속수무책일 것 같습니다. 와, 이 경왕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중간 내용을 하나도 못 쓰겠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똑똑한 루안란이 미리 미래를 알고 모든 선택을 하지만 경왕은 그녀를 쉽게 놓아주지 않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징글징글한 전 남편, 나와 나의 곁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죽게 했던 그와의 결혼을, 그녀는 다시 해야만 했습니다.

아버지를 지키고, 남동생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남자인 제왕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설명을 할 수도 없습니다. 다시 살아왔는데, 그래서 미래를 알고 있어서 그런다고 얘기하면 누가 믿어줄까요.

그래서 남동생도, 제왕도 그녀를 원망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찢어지는 마음으로 그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게다가 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그녀의 어머니도, 아끼던 시녀 링시도 죽음을 맞이합니다. 생길 일들은 기어코 생기는 걸까요?


认命吧。

과거의 루안란과 현재의 루안란이 만나는 순간, 과거의 그녀가 외칩니다.

'그냥 받아들여. 운명이라고.'

하지만 현재의 루안란은 용감하게 그녀를 지나쳐서 나아가죠.

그런데, 이 장면 볼 때 저도 외쳤어요.

'认命吧,你。太累了.'

보는 저도 지쳤는데,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해서.


형비의 연기가 불타오르는 순간


무촨(제왕)은 루안란의 진심을 알 수 없어서 미칠 지경입니다. 그래서 그는 죽을 뻔한 상황을 이용해서 죽은척하고 루안란의 진심을 들으려고 합니다. 작전은 통했어요.

루안란은 오열하며 그의 앞에서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죠. 

형비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나요? 소름이 끼칠 정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미워할 수 없는 빌런, 경왕(경초의 연기는 대단했다.)


빌런인 경왕은 무시할 수가 없는 인물입니다.

그는 악역이고, 너무나 똑똑한 상대입니다.

거기다가 심지어 미워할 수도 없는 특징이 있더라고요.

이 2황자인 경왕은 황제가 술김에 천한 신분의 여자를 건드려서 나은 아들입니다. 아놔, 자기가 잘못해놓고 왜, 와이, 아들을 미워하고 난리입니꽈. 그래서 경왕과 제왕은 어린 시절에 못되 처먹은 황후 밑에서 굶어 죽을 뻔도 하죠. 그때 9황자 무촨이 하나밖에 없는 빵을 형에게 먹이고 자기는 굶어 죽을 뻔했던 일이 있었고, 그 일 이후로 경왕은 제왕 절대 보호 모드로 들어가게 됩니다. '내 동생 건들면 죽어.' 모드죠. 

그런데 왜, 동생 여자는 뺐어 온단 말입니까.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독주를 건네서 죽게 할 수밖에 없는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아들의 마음에 맺힌 한인데도, 황제는 루안란과 경왕을 불러서 독주를 주고 경왕에게 네가 마시든 저 여자에게 마시게 하든 선택을 하라고 하죠. 루안란을 사랑한다면서, 그녀를 보호하겠다던 경왕이 그때 루안란에게 독주를 건네는 모습은 비극이면서 괘씸하고, 괘씸하면서도 마음이 아픈 장면이었습니다. 결국 이 국면은 남주 1이 와서 해결하죠.

이 드라마 보면서 대체 끝을 어쩌려고 이러나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아무리 마음이 안 좋아도 경왕은 죽어야 되겠더라고요.  좀 사랑해 달라고 표현했을 때 돌아봐주기만 했어도 이렇게는 안 되었을 텐데. 그는 너무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드라마에서 남주 2가 살아있는 한 끝을 낼 수가 없어서 죽어줘야 겠더라구요.


가슴 아픈 마무리

경왕이 죽었을 때 울부짖는 적자로의 연기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정말 찢어 놓을 정도였습니다. 적자로는 누구든 사랑하고 품을 수 있는 제왕을 연기했지만, 자신의 여자마저 뺏어갔던 경왕을 사랑하고 품는 제왕의 눈물은 감동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네요. 

그는 사랑하는 형의 죽음 앞에서 죽을 듯이 오열합니다.

경왕이 루안란에게 남겼던 편지는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안란이 혼미한 중에 털어놓은 지난 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경왕이 남긴 편지에는, 지난 생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도 담겨있었습니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사과. 그리고 그는 그래도 그 전생에서의 자신은 그녀의 사랑을 받았으니 행복했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두 사람이 이후에 바로 행복할 수 있다면 이 드라마는 엽기 드라마일걸요.

죽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들은 서로 상실과 비통함을 위로하지만 함께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해가 가더라고요. 놓아주는 것도 하나의 사랑임을.

그녀는 고향으로, 그는 황태자가 됩니다. (그렇게 황태자가 되기 싫다는데, 되고 싶다는 애들은 다 죽고.)


번외편-5년 후


신선계는 500년 후가 가능하지만, 이쪽은 인간계라.

5년 지난 후 이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고 함께 하기로 선택을 하죠.

근데 저는 도저히 모르겠어요. 태자가 되었는데, 형의 아내였던 여자랑 결혼할 수 있나요? 게다가 루안란은 경왕의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이제 임신 못하는 약을 먹었는데, 그래도 이 여자랑 결혼할 수 있나요? 제가 중국어로 들어서 뭐 빼먹은 거 있는 거 아닐까요?


今夕何夕


今夕何夕

得见良人

亲卿爱卿

永不负卿

예전에 '금석하석'이라는 드라마도 있었는데.

이 시가 유명한 시인가 봐요. 이게 9황자가 지은 시인지 아니면 어디서 가져다 쓴 거인지 모르겠지만 9황자가 루안란에게 준 팔찌를 불에 비추어 보면 이 시가 새겨져 있답니다.

그리고 배경음악에도 이 말이 나와서 애절한 순간을 더 애절하게 만들더라고요.


연기 구멍이 보이지 않는 드라마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고, 특히 경초 배우는 정말 너무 강건한 악역이었어요.

깜짝 놀랐네요. 

빛이 강해 보이려면 그림자가 짙어야 한다는 말이 있죠.

경초배우가 너무 중심을 잘 잡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시 돌려보지는 못할 거 같아요. 너무 마음이 힘든 드라마라 다시 보고 싶지는 않네요.

이상, 복류년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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