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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May 04. 2023

호박전은 왜 시골 할머니네를 떠올리게 할까.

우리 할머니는 도시에서 사셨는데...

호박 값이 떨어질 줄 모르더니 드디어 개당 990원으로 떨어졌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욕심을 내서 다섯 개나 담아 왔다. 맛있는 거 사 올 줄 알고 기대했던 가족들은 장바구니에 다섯 개나 들어 있는 호박을 보고 자신들의 앞날을 예상하듯 한탄했다.


​“왜 호박을 다섯 개씩이나 사 오셨대?”

딸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남편도 신나게 장바구니를 열더니 실망한 듯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쭈, 이 사람들 보게. 어디 호박전을 만들어도 그 반응인지 두고 보자! 백종원 표 호박전을 맛 봬 주지!’


​호박을 채 썰어서 소금을 뿌려둔다. 호박이 부드럽게 변하고 채수가 나오자 양파, 고추 등을 넣어서 버무린다. 그리고 최소한의 밀가루만 넣어서 호박 본연의 달큼한 맛이 나게끔 부쳤다.

‘냄새야~ 냄새야~ 방방마다 들려서 배고픈 사람들 꼬셔서 데려오너라~’

이제 막 불에서 내려온 호박전은 부드럽고 말할 필요 없이 맛있었다.

여기에 초간장이라도 곁들이면 캬~

우리의 정서는...‘할머니네 마루, 장맛비, 간식으로 먹는 호박전’ ... 속을 거닐 것이다.


​마치 사춘기 아들처럼 별 볼일 없으면 방문 닫고 침대 위에 자신을 격리 시키던 남편도, 고기랑 라면, 햄버거만 좋다고 하는 딸아이도 스멀스멀 냄새를 따라 방에서 나온다.  

그들 앞에 뜨거운 호박전이 냄새로 유혹하고 가족들은 허겁지겁 뜨거운 호박전을 먹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제대로 혼꾸멍을 내준 것 같다.

“그 봐, 맛있지?”

“아니, 난 그저 배고파서 먹는 건데?”

남편이 음식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려고 조금 버텨본다.

“오호, 그래? 배가 많이 고프셨나 봐? 이 속도로 드시면 호박 밭이라도 가서 더 따와야 할랑가?”

“......”

“따님은 어떠셔?”

“나는 엄마가 만들었으니까 그저 맛있게 먹는 거야. 내가 호박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진 말아 주실래용."

“와! 두 분 다 이러시면 담엔 더 맛있는 걸로 맛쭐 내줄 테니 어디 두고들 보시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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