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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현호 Sep 02. 2022

스카우트 및 사이트 판매

이메모 인터내셔널

원대한 꿈을 안고 인터넷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약 8개월 정도가 지났다. 그 짧은 기간 동안 3개의 사이트를 만들었다. '국민게시판 eMemo'는 성장은 하고 있지만 너무 느렸다. 웹에이전시 사이트 '드림호스팅'으로 약간이나마 수익이 생기고 있었다. 현재로서 가장 유저수가 많은 '아이러브도메인'에서도 당장 이렇다 할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있었다. 직원은 아니지만 나를 믿고 함께 일하고 있는 후배가 3명 있었는데 그들에게 용돈이라도 주고 나면 몇 십만 원 밖에 안남기에 당연히 그걸로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매일이 즐거웠지만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살림을 꾸려야 하는 와이프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지금은 '스타트업'이라 부르지만 당시 같은 뉘앙스의 용어로 '벤처기업'이라 하였는데, 나 같은 헝그리 벤처기업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무턱대로 도전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이야기하고 싶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지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자본력이 없다면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라고.


국민게시판 eMemo 사이트에 사용된 인터넷 게시판을 구입한 '노브레이크 테크놀로지'의 한 임원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내가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신문 기사를 통해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찾아온 용건이 이야기했다. 조만간 큰 액수의 투자유치를 한다는 것이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술력이 있는 벤처기업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노브레이크도 이미 국내에 알려진 꽤나 유명한 회사이기에 이 물살을 탄 걸로 보인다. 이야기가 이어졌다. 투자유치가 성사되면, 연구소는 카이스트 캠퍼스에 놔두고 본사는 서울로 옮길 예정이란다. 또한 조직을 확대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도 진출하고픈 심정도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노브레이크  인터넷 게시판 프로그램은 파트너를 통해 일본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결론은, 내가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답을 했다. 안된다고. 현재 벌려놓은 일도 많고, 나를 믿고 함께 일해주는 후배들이 있기에 나만 쏙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썩 괜찮은 제안이었지만 나는 내 사업 외의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걱정과 우려가 많던 2000년이 시작되었다. Y2K 밀레니엄 버그 관련 뉴스가 한창 신문을 도배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다른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삼성 계열사에서 도메인네임 매매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내가 야심차게 키우고 있는 서비스의 경쟁사가 대기업이라니. 그 외에도 자본력이 있는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었다. 걱정이 커진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서비스는 결국 자본력에 밀릴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어찌한다. 사업 시작 이후 가장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괜찮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좋은 서비스로 빠른 성장을 하여 경쟁자를 제압할 줄 알았는데, 빠른 성장이란 것이 사실은 나만의 희망사항이었고 현실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내가 먼저 블루오션을 알아보고 들어와도 뒤 이어 자본력이 큰 경쟁자가 곧 나타나면 누가 먼저 블루오션에 들어왔는지 제삼자는 관심 없다. 다만 잘 알려진 회사가 왠지 믿음직스럽고 미디어에서 많이 접하는 서비스가 선점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즈음 노브레이크의 그 임원이 한 달 만에 다시 찾아왔다.


노브레이크에서 수십억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곧 서울로 본사를 옮기려 하는데 함께 가자는 지난번과 같은 제안이다. 큰 물에서 놀아야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타이밍이 좋은 격언과 함께 의형제라도 맺을 것 같은 손을 내밀었다. 사실 나도 시간 있을 때마다 고민을 했다. 그럴 때마다 결론은, '나 혼자 모두 버리고 갈 수는 없다'. 그 임원에게 제안을 했다. 한 가지 조건을 들어주면 함께 하겠다고. 그 조건이라 함은 나와 함께 하고 있는 후배들도 같이 스카우트 해달라는 것이었다. 인력 충원이 필요했던 노브레이크로써는 나쁜 조건이 아녔는지 바로 답을 들었다. 전혀 문제없다고. 그렇게 해서 노브레이크 조직에 합류를 하게 되었고, 여담이지만 후배 중 한 명은 나중에 노브레이크 직원과 결혼까지 이어진다. 지금도 딸 둘을 둔 부부로써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노브레이크에 합류하기로 결정을 한 후 할 일이 많아졌다. 가장 큰 문제는 서울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돈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를 빼면 1,700만 원. 서울의 월세나 전세는 대전에 비해 몇 배나 높기에 걱정이 앞선다. 또한 그동안 벌려놓은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하였고, 결론적으로 내가 운영중인 사이트에 관심이 있는 기업을 찾아 판매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러브도메인' 사이트는 그동안 신문기사를 통해 꽤 알려져서 양도에 관심이 있는 회사 두 곳을 어렵지 않게 확보하였다. 내가 원하는 금액은 3천만 원. 그 돈과 지금 전세를 정리하면 서울에 작은 전세를 알아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 곳 모두 금액에 문제가 없다고 하였으나 하루라도 빨리 양도양수를 마쳐야 다른 준비를 할 수가 있기에 거래금을 빨리 주는 곳과 하겠다고 동시에 통보를 하였다. S사는 규모가 큰 회사라 내부 결재 절차로 인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은 반면, A사는 바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생각할 것도 없이 다음날 서울로 올라가 A사와 계약을 하였고 거래 대금을 받았다. 투자금은 양해를 구하고 모두 돌려주었다. 그리하여 내가 열심히 기획하고 만든 '국민게시판 eMemo'와 '아이러브도메인' 사이트의 주인이 바뀌게 되었고, 잘 성장시켜 달라는 부탁과 함께 양도양수 절차를 무사히 마쳤다. 비록 지금은 두 사이트 모두 존재하지 않지만 말 그대로 피와 땀이 스며든 나의 첫 작품이었기에 이 글을 통해서라도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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