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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현호 Sep 16. 2022

일본법인 설립 및 동경전력 계약

노브레이크 테크놀로지

일본에 노브레이크 100% 출자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사실 자본금이 없어 한국에서도 법인을 설립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일본에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으니 손에서 땀이 난다. 일본에 법인을 설립하는 최소 자본금은 1천만 엔이다. 우리 돈으로 약 1억. 외국인이 대표가 되려면 필요한 행정적 절차가 많고 까다롭다.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 올라 또 한 번 밀어붙였다.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았는데, '와마켓코머스시스템'이라는 회사가 이승협 선수의 56번째 홈런볼을 잡는 사람에게 1억 원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이 벤처기업은 인터넷 기반 경매나 역경매 시스템을 개발하였고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연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참으로 신선하고 국제적인 도전이 꽤나 부러웠던지 이 기사 내용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고, 일본법인 설립 관련 상의 차 김선민 대표를 한번 찾아뵙고 싶었다.


전화로 미팅 약속을 잡고 직원 한 명과 함께 테헤란로에 위치한 와마켓코머스시스템을 방문하였다. 김선민 대표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노브레이크에 대해 미리 조사를 해보셨던지 사업 내용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알고 계셨다. 국내에서도 여러 기업과 계약이 이어지고 있고, 일본에서도 이미 비즈니스가 시작되었으며 점점 문의가 늘고 있는 상황과 일본에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다. 김선민 대표님은 이미 일본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었고 행정적으로 대표에 등재가 되어 있었다. 또한 일본에 여러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나름 일본 IT 산업계에 인맥이 형성되어 있었다. 더 넓은 세상의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이 분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점점 커졌다. 첫 미팅에서는 현재 양사가 하고 있는 사업과 기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법인 설립 관련 궁금한 점에 대해서 충분히 조언을 들었다. 조만간 다시 찾아뵙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미팅을 마쳤다.


이메일 한통이 왔다. 곧 졸업을 앞둔 일본 유학생인데 노브레이크 게시판 프로그램 'CrazyWWWBoard'에 감명을 받아 함께 일을 하고 싶은데 기회가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일본에 법인을 설립하면 실무자가 필요했고, 게다가 우리 제품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하니 관심 이메일로 표시를 해두었다. 그리고 얼마 후, 김선민 대표님과 2차 미팅을 하였다.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를 검토한 바, 독자적으로 법인을 설립하면 비용이 꽤 많이 들기도 하지만 여러 시행착오가 예상되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김 대표님과 함께 진출하는 게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김 대표님에게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일본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어필하며 공동 출자 법인을 설립할 의사가 없는지. 500만 엔씩 서로 출자를 하여 1천만 엔 법인을 세우고, 현재 운영 중인 일본 사무실에서 둥지를 트는 것, 법인 대표는 김 대표님이 맡되 운영은 노브레이크에서 담당하는 것. 수익은 지분대로 반반씩 나누는 것. 회사가 초기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일본 IT 인맥 소개 및 행정적 지원 약속 등. 그 사이 김 대표님도 노브레이크에 대해서 깊이 알아보셨는지 많은 것을 알고 계셨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고 마침내 흔쾌히 계약서 쓰자고 말씀하신다. 마음속으로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 최소한의 리스크로 그리고 최대한의 효율로 일본 시장에 진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하하. 기다려라 니뽄.


계획대로 진행되어 도쿄에 일본법인을 설립했다. 회사명은 'NOBREAK JAPAN'. 회사 위치는 한국으로 치자면 2호선에 해당되는 야마노테센 토라노몬역 근처다. 꽤 고급 빌딩이 많고 유수의 기업이 몰려 있는, 도쿄에서도 비즈니스 구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게다가 회사 건물명이 '모리비루(林빌딩)'. 속칭 돈 있고 잘 나가는 업체들만 입주한다는 고급 빌딩이다. 김선민 대표님이 이미 사무실을 세팅을 해주셔서 편안하게 입주를 하였다. 김 대표님의 일본 회사 직원은 약 20명인데 모두 여직원이다. 이것이 이슈가 되었던지 일본 IT신문에도 보도가 된 것을 보았다. 기본적인 준비를 마치고 일전에 이메일로 입사 지원서를 보내온 유학생과 면접을 하였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상태이고 언제든지 바로 일을 할 수 있고, 노브레이크 및 제품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알고 있고, 무엇보다 IT산업과 노브레이크 비전에 큰 관심이 있기에 함께 일을 하기로 했다. 영업 및 사무실 관리를 해야 해서 과장 직함을 주어 '이과장'이라 호칭하기로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같은 초등학교를 잠시 다녔고 나보다 1년 선배였다. 참 세상 좁다. 회사와 직원이 세팅되어 일본 전역에 제품을 홍보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고민 끝에 소프트뱅크에서 발행하는 IT잡지 'PC Mag'에 광고를 올리기로 했다. 가격은 무려 우리 돈은 1천만 원. 하지만 그 이상의 효과가 반듯이 있을 거란 확신으로 밀어붙였다.


동경전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노브레이크 게시판을 사용하고 싶다고. 대박! 동경전력이라 하면 한국전력처럼 큰 회사인데 보통 계약건이 아닌 것이다. 동경전력 내부 인트라넷 구축에 CrazyWWWBoard를 인스톨하고 데이터베이스 연결까지 하는 것이 주요 요청사항이다. 수차례 미팅 후 계약이 성사되었고, 동경전력 전산팀 3명이 한국에 방문했다. 약 일주일간 회사 회의실에 임시 작업실을 마련하여 개발팀과 함께 1단계 기초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앞으로 있을 잔여 작업은 리모트로 가능하도록 하였고, 계속해서 일본어가 가능한 나와 일본의 이 과장이 PM 역할을 맡으며 성공적으로 큰 계약건을 마무리 지었다. 정확한 계약금액은 밝히기가 좀 그런데 한국의 대기업 계약 건보다 큰 금액이었음은 말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대전 변두리 사무실에 계속 있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본 대기업과의 계약, 그리고 그들의 진행방식과 PM(Product Manager)의 역할, 마지막으로 일본어를 할 수 있음이 이곳 IT분야에서도 꽤나 쓸모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면에서 우물 안을 벗어나 바다까지는 아니더라도 강줄기에 올라탄 것은 잘 한 선택이라 다시 한번 생각한다. 일본법인 설립 후 가장 큰 계약을 마무리 짓고 나니 회사 내 내 입지가 더욱 강화되었고, 마침 3명의 임원중 2명이 퇴사를 한 상황과 대표가 주로 대전 연구소에 머무는 관계로 서울 본사 담당과 함께 부사장 타이틀을 맡게 되었다. 현대미포조선에 근무할 당시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것이 지옥과 같았지만 지금 생활은 매일 내일이 기다려지고 이메일로는 또 무슨 새로운 소식들이 들어올지 기대가 되는 하루하루를 살게 되어 항상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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