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2 딸아이가 학교에서 2박 3일로 수련회를 떠나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딸아이는 해외여행 다닐 때 가지고 갔던 커다란 캐리어를 방에 펼쳐놓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진아 2박 3일 가면서 뭘 그렇게 큰 가방을 가져가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게."
"다른 애들도 다 큰 거 가지고 간다고 했단 말이야."
뾰로통해진 얼굴을 보며 알겠다고 싸던 짐 마저 싸라고 말하며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남편에게 말하니까 "놔둬. 직접 겪어봐야 엄마 아빠가 무슨 말 한지 알 거야."
"그렇겠지? 우리가 말해봐야 이해하지 못하겠지."
(그렇지만 우리가 잘 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어젯밤부터 설레었던지 잠을 못 이루는 것 같았다. 생각을 해보니 나도 그 시절에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과 그때의 추억을 떠 올리고 나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나도 그때 너무 설레고 좋아서 잠을 설쳤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마음은 아직도 중학생 같은데 벌써 내일모레면 50이라니'
세월이 야속하기도 하고 너무 빨리 간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오늘 아침은 일찍부터 딸아이는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피곤해하는 엄마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조심조심하는 것 같았다. 한껏 멋을 부리고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했다. 비록 이틀이지만 못 볼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를 서운함이 밀려왔다.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하고 출근준비를 하고 아파트 정문을 나가는데 나의 눈은 있는 힘껏 커지기 시작했다. 모든 아이들이 전부 다 커다란 캐리어를 하나씩 다 끌고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닌가?
그 광경을 보고 아차 싶었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예쁜 캐리어를 사줄걸.. 여자 아이들을 보니 동그랗고 파스텔톤에 개성 있는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것이 보였다. 낡고 해진 딸아이가 들고 간 캐리어가 생각이 났다.
너무 나의 경험으로만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너무 미안했다.
신문도 보고 웹 3.0도 공부한다고 나름 인플루언서인 나이지만 아이들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직장에서 꼰대 상사들이 너무 미워서 나는 절대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 했는데. 꼰대 엄마가 되어버린 것 같아 속상했다. 적어도 꼰대 엄마는 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면서 출근을 했다.
딸아 잘 다녀와. 엄마도 너희를 이해해 보려고 공부 많이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