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를 보고
'사랑'이란 감정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 중 하나일 것입니다. 흔히들 '사랑해' 등의 말 혹은 언어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곤 합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사랑이란 감정은 굳이 말과 문자에 한해서만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아닐 겁니다.
1991년도에 개봉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는 귀를 듣지 못하는 두 젊은 연인의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두 남녀인 '시게루'와 '다카코'는 작중 내내 대사 한 마디 없음에도, 그들의 눈빛과 행동은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있어 두 사람의 감정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시게루는 쓰레기 수거 일을 하다가 우연히 앞부분이 부러진 버려진 서핑보드를 발견하게 되고, 처음에는 이 보드를 가져갈까 고민하다 떠나지만 뒤늦게 달려와 보드를 집에 가져와 스티로폼을 활용하여 열심히 고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여자 친구인 다카코와 함께 마을 앞바다에 가 생전 타본 적 없는 서핑을 즐기게 됩니다. 시게루를 알던 동네 청년들과 바다 주변에서 능숙히 서핑을 다루는 서퍼들은 처음에는 그를 비웃습니다. 서핑복도 없이 무모하게 서핑을 타다 바다에 빠져버리기 십상이었던 시게루였기에, 주변 사람들은 그를 엉뚱한 사람으로 치부하기에 그칩니다. 그럼에도, 시게루는 서핑에 대한 의욕을 잃지 않은 채 늘 바다에 와 서핑을 즐기기에 이릅니다. 어느새 능숙해진 서핑 실력에 처음엔 그를 보며 웃던 주변 사람들도 다시금 시게루를 인정하게 되고, 서핑 가게의 사장은 그런 시게루에게 서핑 대회에 참가하기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시게루의 오뚝이 같은 모습을 언제나 미소를 머금은 채 바라보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는 '다카코'였습니다. 시게루가 마구잡이로 겉옷을 벗은 채 서핑하러 바닷속으로 들어간 뒤면, 그녀는 정성스럽게 그의 옷을 개어준 뒤 묵묵히 시게루를 바라봐주고, 언제나 서핑 보드를 시게루와 함께 들고 걸어가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음을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남들이 비웃던 자신의 꿈에 대한 도전을 언제나 바라봐주고 묵묵히 응원하는 사람이 있기에, 시게루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바다로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사랑의 형태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할 것입니다. 영화 속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사랑이란 감정은 자신의 꿈을 바라봐주고 보듬어주는 사람, 시게루와 다카코의 서로를 향한 눈빛과 손짓에서 묻어 나오는 감정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조용한 듯 끊임없이 순환하며 소리 내는 바다와 더불어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사운드트랙 역시 두 사람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이입할 수 있는 소리로써 작용하는 것처럼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그곳에 머무는 바다, 그곳에 머물렀던 두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