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다. 도대체 끝이 없다. 이 도시를 가도, 저 도시를 가도 평범한 슈퍼마켓에는 내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맥주들이 수 종류씩 있다. 2014년 기준으로는 독일에 대략 5,500개의 맥주 종류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양조장은 약 1,300여 개에 달한다.
모든 종류의 독일 맥주를 마셔 본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양조장에서 하나의 맥주만을 만드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몇몇 시골 개인 양조장의 맥주는 양조장 근처에 사는 것이 아니라면 구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 그저 독일에서 지내는 동안 가능 한한 많이 마셔보려고 노력할 뿐이다.
도대체 왜 독일의 맥주는 다양할까? 독일 Forchheim이라는 도시의 한 맥주 양조장 앞에 주차되어있던 맥주 배달 트럭이 그 이유를 말한다.
"Das Leben ist zu kurz, um schlechte Biere zu trinken!"
그렇다. 독일인들에게 맥주는 최고여야 하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필요 없다. 후진 맥주를 마시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 그런 다양성도 믿을 수 없다면, 자신이 직접 맥주를 만드는 곳이 독일이다! 그렇게 크고 작은 수많은 양조장들이 각자 최고의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 크고 작은 경쟁을 한다.
(지도 출처 : http://www.testspiel.de/die-deutschland-bierkarte/267814/)
OeTTINGER라는 맥주가 있다. 뉘른베르크에서 약 1시간가량 떨어진 Oettingen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만들어지는 맥주이자, 위에서 볼 수 있듯이 각 주(州)에서 가장 사랑받는(정확히는 제일 잘 팔리는) 맥주 중 바이에른 주를 대표하는 맥주다. 2009년 상반기부터 이 회사는 아무런 광고도 없이 독일에서 판매량 1위를 달성하는 맥주가 되었다. 물론 원래 판매량이 좋던 회사였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판매량 1위의 맥주는 당시 도대체 얼마나 팔렸을까? 정답은 약 6.6백만 헥토 리터.
생뚱맞은 단위가 튀어나왔다. (헥토리터는 리터의 100배) 즉, 약 6억 6천만 리터가 팔린 셈이다. 일반적인 맥주병이 0.5리터 단위이니, 약 13억 병이 팔린 셈이다. 독일 인구수는 약 8천만 명이고, 그중 맥주를 마실 수 있는 15세 이상의 인구수는 약 7천만 명.
독일인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평균적으로 음주 가능한 모든 독일인이 1년에 Oettinger라는 맥주를 약 17병씩 마신 셈이다. 번외로 2014년 독일 전역으로 맥주는 약 86억 1천만 리터가 팔렸다고 한다. 이 말은 1위의 점유율이 고작 8%도 못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맥주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참고로 이고, 2014년 1인당 평균 맥주 소비량은 약 107리터였고, 이를 0.5리터 병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약 172억 병. 맥주 판매로 거둔 세금은 약 7억 유로에 달한다.
2012년 독일 맥주 시장 판매량이다. TOP10의 점유율이 과하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신기할 따름이다. (단위는 뭔가 웃기지만 억 리터)
Oettinger 5,89
Krombacher 5,46
Bitburger 4,07
Beck's 2,78
Warsteiner 2,77
Hasseröder 2,75
Veltins 2,72
Paulaner 2,30
Radeberger 1,91
Erdinger 1,72
비약적인 계산법이지만 그냥 재미 삼아 평균을 계산해보자면. 2012년 한해 독일인은 각각 17병의 Oettinger, 16병의 Krombacher, 12병의 Bitburger, 8병의 Beck's, Warsteiner, Veltins, 7병의 Paulaner, 5병의 Radeberger와 Erdinger 그리고 그 밖의 맥주를 마셨다고 볼 수 도 있는 것이다.
(* 이 계산은 재미 삼아 그리고 맥주 소비량의 수준을 이해하기 위해 임의로 계산한 지표임.)
물론 말도 안 되는 계산이다. 왜냐하면 지역별로 마시는 맥주의 종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베를린은 전통적인 맥주 산업은 축소 축소되어서, 다른 (해외) 지역의 맥주를 마시거나, Craft Beer 혹은 무알콜, 혼합 맥주 등의 새로운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와 반면 바이에른에서는 주로 바이에른에서 나온 맥주를 마시는 등 지역 맥주를 찾는 등 맥주 소비 방식 조차 다양하기 때문이다.
* 독일 양조장 지도, Deutschlands Brauereikarte
독일 주요 양조장이 표기되어있는 지도다. 주로 Nordrhein Westfalen지역과 Bayern지역에 양조장이 많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지도다. 이 지도에 있는 맥주들은 대부분 전국적으로 그리고 해외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유명 맥주들이다.
이전 계산 방식이 아니라, 정식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독일인은 매년 약 121.4리터의 맥주를 마신다고 하는데, 이 양은 재미있게도 매일 약 0,33리터를 마시는 꼴이라고 한다. 0.33리터는 작은 맥주병의 양과 동일하니, 매일 같이 음주가 가능한 모든 독일인이 맥주 작은 병으로 한 병씩을 마시고 있는 셈이다.
(지도 출처 : http://alex-leit.livejournal.com/574230.html)
이 지도가 독일 맥주의 내공과 무서움을 보여주는 지도라는 생각이 든다. 독일 전역의 크고 작은 양조장을 보여주는 지도. 이전 지도는 맥주 브랜드였다면, 이번에는 맥주 양조장을 빼곡히 기록해 두었다. Bamberg 일대에 양조장이 굉장히 많아서 별도로 표기(중앙 우측에 표기된 원)를 해놓을 정도라는 점이 개인적으로 흥미를 끌었다.
Bamberg는 훈제 맥주(Rauchbier)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하다. 바이에른 주(지도의 동남부 지역)에는 얼핏 봐도 압도적으로 양조장의 수가 많다. 옥토버페스트라는 세계 최고의 맥주 축제도 바이에른의 뮌헨에서 시작되었고, 가장 크게 열린다. 잘 나가는 FC BAYERN의 축구를 즐길 때 가장 필요한(?) 맥주의 종류가 가장 다양한 지역 중 한 곳이다.
전시는 독일 양조 연합이 주최한 전시장으로, 각기 다른 맥주 병뚜껑으로 만들어낸 BIER(맥주) 글씨로 전시 구역의 입구를 만들어 놓았다. 맥주의 병뚜껑만 봐도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어렴풋이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맥주 병뚜껑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 :)
* 독일 양조 연합: http://www.brauer-bund.de/
모두 다른 종류의 맥주병. 이 사진에 보이는 만큼 전시 공간 뒤편에도 비슷한 양의 맥주병이 전시되어있다. 그럼에도 이 곳에 전시되지 못한 맥주가 여전히 많이 남은 나라가 바로 맥주의 나라 독일이다. 이게 모두 다른 종류의 독일산 맥주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형 냉장고에 이 맥주들이 가득 들어있다고 생각해보자. 매일 일을 마치고 혹은 공부를 마치고 집에 와서 맥주를 꺼내서 마신다. 4년 동안 매일 다른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어떤 날은 '이렇게 쓴 맥주는 도대체 뭐하러 만든 거야'라고 말을 하는 날도 있고, 또 어떤 날은 '아, 진짜 시원하게 맛있네.'라고 감탄하는 라도 있을 것이다. 또 언젠가는 맥주를 마시는지 물을 마시는지 모를 정도로 목 넘김이 좋은 맥주를 마시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날도 있을 것이다.
독일 맥주는 그런 것이다. 한 마을에서도 한 도시에서도 적어도 수십 종류의 맥주 중 자신이 마음에 드는 맥주를 선택할 수 있다. 보통 슈퍼마켓에서 사람들은 한 종류의 맥주를 많이 사간다. 나처럼 여러 종류의 맥주를 하나씩 사는 경우는 드물다. 그들은 좋은 맥주를 선택할 기본적인 기회를 가지고 있다. 선택의 폭도 좁고, 맛도, 질도 후진 맥주를 비싼 돈 주고 마시기엔 우리의 인생은 너무 짧다.
참조
De.wikipedia.org, (2015): „Bier in Deutschland“. Abgerufen am 10. 08. 2015 von http://de.wikipedia.org/wiki/Bier_in_Deutschland.
Indexmundi.com, (2015): „Deutschland Profil Einwohnerzahl 2014“. Abgerufen am 10. 08. 2015 von http://www.indexmundi.com/de/deutschland/einwohnerzahl_profil.html.
Merkur.de, (2010): „So viel Bier trinken wir jeden Tag“. Abgerufen am 10. 08. 2015 von http://www.merkur-online.de/aktuelles/welt/viel-bier-trinken-wirpro-723484.html.
T-online, (2015): „Oettinger-Bier: Ohne Werbung an die Spitze“. Abgerufen am 10. 08. 2015 von http://www.t-online.de/wirtschaft/unternehmen/id_47693432/oettinger-bier-ohne-werbung-an-die-spitze.html.
WAZ, (2015): „Sonntag läuft letzter "Tatort" mit Bierwerbung“. Abgerufen am 10. 08. 2015 von http://www.derwesten.de/wirtschaft/sonntag-laeuft-letzter-tatort-mit-bierwerbung-id742639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