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Y Jun 23. 2022

울 고양이, 바둑이 I

운명의 만남

첫 번째 질문은 언제나 똑같다.

왜 고양이 이름이 바둑이예요?

나의 대답도 똑같다.

바둑무늬 이니까요.

사랑스러운 바둑이는 이름조차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딸은 반려견을 입양하고 싶어 안달을 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깊어갈수록

입양이 늘어나는 바람에 우리 차례가 오지 않았고,

평소보다 4배나 높은 가격에

끝도 없는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는 소리만 돌아왔다.


애초에 고양이는 키울 생각이 없었던 아이는

유기동물 센터에 구경 갔다가

바둑이를 데리고 와 버렸다.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공포증에 가까울 정도로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나였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몸,

길쭉한 눈동자,

동작을 크게 해 어슬렁 거리는 모습이 정말 무서웠다.

게다가 중성화 수술로 배 옆의 털은 흉하게 깎여 있었다.

속으로 '큰일 났다' 싶었다.

"네 방에서 키우고 되도록이면 못 나오게 해.'


그렇게 말은 했어도 가느다란 목소리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바둑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딸 방을 들락거리게 되었다.


바둑이는 7개월 즈음, 만삭의 몸으로 구조되어

유기동물 센터에 오게 되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어린 십대의 임신이다.

많은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두 달을 키웠다.

새끼들이 다 입양된 후, 자신이 마지막으로 우리 집에 입양을 오게 되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바둑이는

길에서, 산에서 고생이 심했는지 식탐이 많다.

허옇게 털이 깎인 살을 드러내고  

허겁지겁 밥을 먹는 바둑이.

엄마가 그리울까.

새끼들이 보고 싶을까.

무거운 몸으로 먹이를 찾아 헤매던 날들을 가끔 떠올릴까.

외로움이 몸에 젖어 지금도 힘들지 않을까.


어느새 나는 바둑이를 쓰다듬으며

바둑이의 묘생이 가슴 아파 눈물이 그렁해지는 날이 많아졌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함.즐.함.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