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사랑아. 우리 지난번에 은행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왔던 ‘은행들의 은행’을 기억하니?
오늘은 은행들의 은행, 한국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경제를 조절하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해.
뉴스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니? 여기서 기준금리는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맡기거나 빌릴 때 쓰는 금리의 기준이 되는 숫자라고 생각하면 돼. 은행마다 금리는 조금씩 다른데 각 은행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준금리에 따라 은행 예금과 대출 금리를 결정해. 조금 쉽게 이야기하자면 기준 금리는 돈의 원가 혹은 도매가인 거야. 이때, 기준 금리에 따라 달라지는 은행 금리는 돈의 소비자 가격인 셈이지. 과일 가게를 예로 들어볼게. 도매시장에서 사과를 500원에 사 오면, 가게마다 조금씩 다른 값을 붙여서 팔잖아. 어떤 가게는 600원, 어떤 가게는 700원에 팔 수도 있어.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도매 시장 가격인 500원인 거고, 은행 금리는 600원 혹은 700원인 거야. 이때, 도매 시장 가격이 500원에서 600원으로 오르거나 400원으로 내린다면, 그에 따라 소비자 가격도 변동이 있겠지. 그런데 왜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할까? 그건 바로 경제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서야.
만약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돈을 많이 쓴다고 생각해 보자. 물건을 많이 사면 회사는 물건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 원료를 또 많이 사겠지. 그럼, 시중에는 돈이 점점 많아지지. 그러면 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그에 따라 물가는 올라가. 이런 상태를 경제가 과열되었다고 표현해. 그럴 때,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이 열기를 식히려고 하지. 금리가 오르면 사람들은 이자가 커지니 이전보다 저축을 더 선호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소비를 줄이게 돼. 또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 부담스러워지니까 돈을 덜 빌리게 되고 전체적으로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이 줄어들면서 팽창되고 과열되었던 경제가 차분해지는 것이지. 이것이 금리를 올리는 효과야.
반대로 사람들이 돈을 잘 안 쓰고, 경기가 침체돼 있을 때는 어떨지 생각해 보자. 시중에 돈이 없고 경제가 위축된 상태라서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리기로 해.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돈의 가격이 내려가는 거잖아. 돈의 가격, 가치가 내려가면 사람들은 저축하기보다는 지금 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지. 또 사람들이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게 해서 돈이 많아지도록 유도하는 거야. 그 돈이 돌아다니면서 경제는 활발해지는 거야.
금리는 사람들이 돈을 쓰고 저축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끼쳐. 이런 식으로 금리를 통해 돈의 양과 경제의 온도를 조절한다고 이해하면 돼. 이런 작동 원리는 주식시장뿐만이 아니라, 외국과 거래하는 무역 시장에도 적용돼. 어때, 금리 하나가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꽤 크지?
이렇게 금리를 조절하면서 한국은행은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유지되도록 노력한단다. 재미있는 건, 금리가 실제로 오르거나 내리기 전에 사람들의 마음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거야. 예를 들어, 뉴스에서 다음 달에 금리가 오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면, 아직 아무 결정도 안 났는데도 사람들은 벌써 마음이 바빠지지. 대출을 생각하던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더 커질까 봐 서둘러 돈을 빌리고, 큰돈을 쓰려던 사람은 소비를 잠시 미루기도 해. 반대로 곧 금리가 내려갈 것 같다는 이야기가 돌면, 당장 빌리는 것보다 조금 기다렸다가 더 낮은 금리로 빌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결정을 늦추는 사람도 생기지. 이렇게 사람들이 기대 심리로 먼저 움직이면, 아직 금리가 바뀌지도 않았는데도 시장은 움직이게 되는 거야. 가계의 소비와 저축부터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까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서 돌아가니까, 한 부분이 살짝 바뀌면 연결된 부분도 덩달아 움직이는 거야. 경제라는 게 숫자에만 영향을 받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의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때도 많단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금리 결정을 발표하는 날이면, 뉴스에서 큰 소식처럼 다루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
한국은행이 금리를 조절하며 경제의 온도를 맞추려 한다면, 정부는 ‘재정 정책’이라는 도구를 써서 경제를 돕고 균형을 잡으려고 해. 정부가 어떻게 돈을 모으고, 어디에 쓰는지에 따라 경제의 방향도 조금씩 달라지거든. 이건 다음에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