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가 필요해요

코로나 커밍아웃

by 안나


2022년 12월 21일


ABS Anti-lock Brake System


지금은 모든 자동차에 장착되어 있어 더 이상 새롭거나 중요하지 않은 기본 장치로 인식되고 있어요.

1992년, 우리나라에서 만도가 처음 개발, 출시한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바퀴가 잠기지 않아 핸들을 돌려서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게 만든 신기술이었어요. 이 기술로 교통사고 시 발생할 수 있는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어요. 차는 달리는 것보다 멈추는 게 더 중요해요. 제 때 속도를 줄이면서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기술이 고급 기술이라는 것은 저 같은 문송이도 알아요.

WeChat Image_20221221100017.jpg 이제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출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3년 내내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밟으면서 돌진하던 중국이 2주 전, 급브레이크를 밟았어요. 더 이상 핵산검사도 안 하고 코로나에 걸려도 자가치료 가능하고 본인이 감당할 수 있으면 출근해도 된다는 사실상 위드코로나가 시작되었어요. 대놓고 `위드`라는 단어는 안 써요.


위드코로나가 시작되자마자 `코로나 커밍아웃`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코로나 확진자들이 늘었고 약국에 해열제, 진통제가 동났고 KN95 마스크(한국의 KF94 마스크 급) 가격은 폭등했고 자가진단키트는 돈이 있어도 못 사요.


롤러코스터는 출발하기 직전이 제일 무섭고 떨리죠.

막상 타고나면 `에이`시시해하는 사람도 있고 무서워서 죽을 뻔했다는 사람도 있듯 코로나도 걸리기 전에 가장 긴장되죠. 막상 걸리고 나면 가볍게 낫는 사람도 있고 심하게 앓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중국 사람들은 지금 롤러코스터 타기 전의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네요.

해열에 좋다는 황도 복숭아 통조림, 전해질 음료 대신 좋다고 한 레몬, 식초도 동이 났어요.


다른 도시에 있는 분들이 유령도시 같대요.

상해, 북경 할 것 없이 거리에 사람이 없어요. 식당들도 상점들도 개점휴업 상태예요.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은 아파서 못 나가고 안 걸린 사람들은 걸릴까 봐 무서워서 못 나간대요.


우리나라에서 <비 온 뒤>라는 유튜브 의학채널에서 코로나 자가 치료에 대한 여러 영상을 올려줘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는데 중국에서 그 영상이 지금 돌고 있어요.


배달하는 사람들도 감염자가 늘면서 물류가 느려지고 있어요. 새벽부터 일어나서 부지런히 주문하지 않으면 배송인력이 없다고 주문이 안되어요. 상해 봉쇄 때, 아침 6시 땡 하자마자 딩동클릭에 열 올렸던 것처럼요.


교민들 감염도 늘고 있지만 중국 사람들처럼 병원에 몰려 갈 엄두도 못 내고 집에서 자가 치료하고 있어요. 상해 영사관에서 내일 한 사람에 한 통 씩 해열제 나눠 준다고 하는데요. 감염된 사람들은 그나마도 받으러 갈 수도 없고 갔다 와서 피곤해 몸 상태가 안 좋아질 것 같아요.


중국은 중간이 없는 나라예요.

태세 전환이 너무 빨라요. 제로코로나 정책에 온 나라 사람들을 태우고 과속할 때는 사고 날까 무서웠는데 갑자기 브레이크 밞아서 멀미할 것 같아요.


이제는 코로나 양성이어도 경증이거나 무증상이면 출근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언제는 코로나의 `코`만 스쳐도 현관문에 못질하고 가두었는데요.


저도 일요일에 확진되었어요.

금요일 저녁부터 목 아프고 골골하길래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 일요일 아침에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하니 양성 나오네요. 지금 3일째 끙끙거리고 있어요. 남들 다 걸리는 것에 걸렸고 남들 아픈 것만큼 아프고 있어요. 다행히 여러 분들이 약을 주셔서 열심히 약 먹고 물 마시고 몸 따뜻하게 하고 있지만 아프기는 하네요.


누가 와서 저희 집 현관문을 잠그지도 센서를 달지도 않았지만 못 나가요. 일단 아파서 못 나가겠고 제가 걸렸다는 것을 알면서 밖에 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4일째 집콕하고 있어요. 상해 아파트 봉쇄를 75일 동안 해서 그런지 자가치료할 동안 집콕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듯 익숙하게 하고 있는 저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와요.


더 이상 달리면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으니 브레이크를 밟은 것은 좋았는데요. 최소한의 자가치료 가능 약품, 진단키트, 의학 지식 교육, 중증 환자 치료 시스템, 백신 접종이라는 ABS가 없어요. ABS를 중국에서 생산하지만 제품 수준이 낮아서 만도나 보쉬같은 글로벌 기업이 생산한 ABS 가져다 쓰면서요.


왜 백신은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한 것 안 가져다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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