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청계산 편.
지난 라라크루 하나만투어 1차, <뮤지엄 산>. 투어의 열기가 아직 가슴에 은근히 살아있다. 안내자였던 화요일 작가님의 뒤를 졸졸 따르며 마치 세상에 처음 밖을 나온 강아지들처럼 우리는 신기한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흥분과 감탄을 연발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느새 다음 투어를 기대하고 기다렸다. 그러던 중 수호 작가님이 두 번째 하나만 투어는 ‘등산’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등산 경험이 거의 없었기에 부실한 무릎이 떠올라 살짝 겁이 나기도 했지만, 라라크루 작가님들과 다시 즐거운 만남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투어를 진행했다.
이름하여 하나만투어 시즌2. <청계산 편>.
마음속 달력을 한 장씩 뜯으며 산에 갈 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등산 전날인 어제저녁, 딸의 옷장 문을 활짝 열었다. 내 옷 중에는 산에 입고 갈만한 마땅한 옷이 없었기에, 딸의 티셔츠와 청바지를 색깔별로 입고 벗으며 한참 혼자만의 패션쇼를 했다. 등산 고수인 엄마가 어느새 뒤에 와서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산에 누가 그런 걸 입고 가니? 등산복을 입어야지. 이리 와봐. 차라리 내 옷을 입는 게 나아.” 엄마에게 받은 등산복과 배낭은 나를 순식간에 ‘등산 무식자’에서 ‘등산 상급자’로 완벽히 탈바꿈시켰다.
아침 일찍 전철을 타고 청계산입구역에 도착했다. 그곳은 이미 수많은 등산객으로 붐볐다. 많은 인파 속에서 우리 일행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인사했다. 잠시 후 약속한 인원이 다 모이자 곧바로 산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는 옥녀봉(해발 376m)까지 올라갔다가 하산하는 코스를 계획했다. 나를 포함한 라라크루 작가님들 대부분이 등산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안전하고 부담 없는 2시간 코스가 적당하리라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막상 등산을 시작하니 우려했던 것보다 더 힘들지는 않았다. 워낙 올라가는 길에 사람들이 많았기에 앞서 걷는 사람들을 따라 천천히 오르다 중간중간 쉬었다. 곧 땀이 차기 시작했지만, 우거진 숲길이 주는 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잠깐씩 쉴 때는 숲의 공기가 땀을 식혀 주기도 했다. 옥녀봉에 오르자 우리는 한숨을 돌리고 단체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남겼다.
하산할 때는 무릎이 아팠다. 계단이 많아서 내려갈 때 부실한 왼쪽 무릎에 하중이 쏠렸다. 다른 사람들을 일찌감치 앞으로 보내고 끝에서 천천히 내려갔다. 그래도 무릎에 무리가 갔는지 나중에는 다리를 조금씩 절었다. 그걸 본 그리여 작가님이 자신의 무릎보호대 한 짝을 빌려주셨다. 다행히 보호대를 한 뒤로는 내려오는 게 훨씬 수월했다.
드디어 하산 완료. 우리는 예약해 둔 불고기 식당으로 향했다. 금방 산을 탄 후라 시장기가 입안에서 뱅글뱅글 돌았다. 시원한 맥주도 한 잔 곁들이며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다. 오늘 산행은 재밌고 즐거웠다. 무엇보다 함께했던 사람들이 좋았다. 그들의 호의로 나의 호감은 산 공기처럼 폐 속으로 깊숙이 번졌다. 시시콜콜한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좋아하는 책에 관한 얘기로 넘어갔다가, 마지막은 언제나처럼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그 시간이 소중해 언제까지고 이어지기를 살그머니 소망했다.
모두에게 선물할 책을 한 권, 한 권 정성껏 싸서 대구에서 새벽 기차로 올라온 은덕 작가님.
쌀로 만든 수제 쿠키를 챙겨 와 일일이 나눠주던 고운 마음의 경미 작가님.
전날 산행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는 근육 푸는 운동이에요.”라며 밝게 말하던 그리여 작가님.
바쁜 일상 속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달려와 커피 투혼 펼치며 참여해 주신 화요일 작가님.
산을 오르는 내내 계속 뒤를 돌아보며 세심하게 우리를 챙기던 늘봄유정 작가님.
열정적인 춤처럼 아름다운 마음의 불길을 품은 천진영 작가님.
라라의 시작이자 여전한 빛 수호 작가님.
일정이 있음에도 무리해서 뒤풀이에 합류해 주신 라라의 신사 재호 작가님까지.
선물 같은 사람들이 건네준 기꺼운 시간 덕분에 나는 또, 사람을 믿고 사랑할 수 있는 의욕을 얻고 돌아왔다. 그들은 만날 때마다 내가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건 절대 과장이 아니리라.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