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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밤지공

다행히 괜찮습니다

● 라라크루 일밤지공 2025.11.2.

by 안희정

[다행이와 다행히]

‘다행히’는 ‘뜻밖에 일이 잘되어 운이 좋게’라는 뜻의 부사어입니다. ‘다행이’는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므로, 사용에 주의하여야 하겠습니다. 단, 부사가 아닌 서술어로 사용될 때는 ‘다행이다’가 맞습니다.

‘다행하다, 원만하다, 원활하다, 정확하다’처럼 ‘~하다’를 붙였을 때 어색함이 없다면 ‘히’를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예) 다행히, 원만히, 원활히, 정확히

단, ‘깨끗이’는 예외

출처. 우리말 과외. 김영대*백미정 지음.




주말 내내 몸살로 좀 앓았습니다. 몸이 아프면 왜 마음조차 약해지는 걸까요. 와들와들 떨리는 몸을 한껏 옹그린 채 이불속에 누웠더니, 미운 일곱 살로 돌아간 듯 마음도 한없이 쪼그라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딸에게 툴툴거렸습니다.


“OO이 엄마 많이 아파요.”


잠자코 그 말을 듣던 딸이 제 옆에 다가왔습니다. 아기가 되어버린 엄마 옆에 바짝 붙어서 눕더니 무심한 듯 TV를 켰습니다. TV에 몰두하면서도 제 곁을 떠나지는 않았습니다. 따뜻한 아이의 체온이 전해지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조금 누그러들었습니다. 늘 철없는 아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럴 때면 언젠가 엄마보다도 훨씬 큰 사람이 될 거라는 걸 예감하게 됩니다. 몸도, 마음도요.


아플 때조차 좋은 점은 있습니다. 평소에는 지나쳤던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꺼내어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건강할 때의 저는 두 발로 멀쩡히 걷고, 막힘없이 일하며, 두 손으로 하고 싶은 일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이 담긴 말도 아낌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아프면 일단 작은 상자에 갇힌 상태가 됩니다. 오직 내 고통에만 잠식당합니다. 다른 곳을 돌아볼 여유도,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경황도 없습니다.


다행히도, 몸은 이틀 만에 기운을 차렸습니다. 저를 걱정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의 애정 어린 말과 라라크루 글벗들의 다정한 기원에도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조금만 약해져도 저를 둘러쌌던 행운들이 금세 달려와 꼭 안아줍니다. 그 힘을 느끼는 순간, 신산한 삶은 감미한 시로 변합니다.


당신의 힘든 삶에도 행복이 붙박기를 소망합니다.

굿나잇 라라.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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