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천재 한 명이 10만 명, 2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될 것이다.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인터뷰 내용 중 하나이다. 처음 대기업에 입사했을 때, 사내 게시판이나 회사 선배들에게서 한번쯤은 들어보았던 내용은 아주 흥미로웠다.
우리 회사에는 S급 인재, A급 인재, B급 일반 직원이 있고, 월급 루팡이 있다.
S급 인재는 말 그대로 '천재'라서 회사를 먹여 살리는 인재이다. 이 인재들은 회사에서 따로 관리되고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A급 인재는 각 부서에서 소위 '에이스'라고 불리는 인재이다. 부서 내에서 상위 고과를 독식하면서 부서 내 대부분의 업무에 관여하고, S급 인재만큼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따로 관리를 한다는 소문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B급 직원이다. 조직 내에서 묵묵히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며, 때 되면 진급을 하게 되고 에이스들의 업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직원이 여기 B급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할 일을 못하거나, 또는 자의로 안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월급 루팡이다. 이들은 주어진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나, B급 직원들과 똑같이 월급을 받기에 월급 루팡이라고 불린다. 부서 내 1명씩은 존재한다고 한다.
신입사원 때 이 얘기를 듣고, 나는 S급 인재가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A급 인재는 되어보겠노라고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천재로 불리는 S급은 아니더라도, 회사 내에서 노력하면 A급 인재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
하지만 입사하며 겪은 회사에서 나는 그저 그런 B급 직원이 되기에도 벅찼다. 회사 내에서 정해둔 기준에 맞춰 소위 '1인분'을 하기에는 연차가 올라갈수록 더 힘들었다. 요구되는 능력은 많아졌고, 책임도 늘어났다.
그렇게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졌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던 선,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만의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천재 한 명이 10만 명, 2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하지만, 그 밑에 B급 직원이 제 몫을 해내지 못하면 아무리 천재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와도 실현할 수 없다. 고로 B급 직원도 인재다. 우리가 우리의 자리에서 할 일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
평범함 속에서 살아오면서 대기업에 입사해서 처음에는 기뻤으나, 회사 내 경쟁이 주는 압박감과 '1인분'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무기력함에 고민을 많이 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B급 인재입니다'라는 글을 쓰면서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과 고민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내가 고민하여 얻은 결론을 통해 해답을 얻어가셨으면 좋겠다.
이 스토리는 아직도 진행 중인 내 회사 생활의 고민 이야기이고, 과거 고민했던 이야기이다. 모쪼록 편한 마음으로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