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에서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까
이전 글에서 밝혔듯 최상위 고과 2번을 연속으로 받고나서부터 오히려 동기부여가 더 떨어진 느낌이었다. 뭔가 열심히 해서 얻어진 결과가 아닌 그저 흘러가는 대로 받게 된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이맘때 쯤 나는 '블루칼라'로서의 회의감도 생겨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 받아 든 고과를 무기로 소위 '화이트칼라' 부서로의 부서이동을 지원해 보거나 이직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부여가 떨어진 후 내가 하는 일과 직무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전 부서장의 면담 내용처럼 진급에 필요한 고과를 어느 정도 만들어 놓고 나니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었다. 원래는 고과만 바라보고 일을 했다면 이제는 뭔가 의미를 찾길 원했고, 보람을 얻길 원했다. 그리고 유관부서와의 협업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내가 어떤 역할로 투입되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고민을 거듭할수록 소위 '블루칼라' 직무는 한계가 분명한 것처럼 보였다. 설비 장비사와 우리 회사 사이의 미묘한 보안문제 때문에 장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한계가 있었고, 점점 더 어려워지는 불량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한계가 있었다. 뭔가 나는 시대에 뒤떨어져 의미 없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블루칼라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정리해 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역시 단점이었다. 내가 불만이 많은 상태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한 블루칼라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성장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었다. 한창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던 참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이 단점이 너무도 크게 다가왔다. 우리 회사만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우리 회사 내에서는 블루칼라가 올라갈 수 있는 성장한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블루칼라 출신 임원의 수는 현저히 적고, 블루칼라의 경우 대부분의 직원 커리어는 '부장'에서 끝이 난다. 그래서 곧 과장 진급을 바라보는 나에게 있어 블루칼라로서 내 커리어의 끝이 벌써 보이는 셈이다. 뭔가 분명하게 말할 순 없지만 성장한계가 있다는 것은 동기부여를 현저히 떨어트렸다. 물론 엄청난 노력을 통해 임원을 하고 계신 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B급 인재가 되기로 한 내게 그것은 더 이상의 성장이 힘들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임원의 경우 실제 현장 문제를 분석하기보다는 회사의 경영에 참가하여 회사의 전반적인 것을 결정해야 하는 자리이니 현장 출신의 엔지니어가 갑자기 맡기에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생활은 길고, 긴 회사생활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동력이 된다. 이것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동력이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중간 연차의 동력을 잃은 무기력한 모습은 후배들도 덩달아 무기력에 빠지게 한다.
또한 성장한계가 있는 만큼 회사 내에서 블루칼라에 대한 인식도 썩 좋지 않다는 점이 또 하나의 단점이었다. 최근 들어 블루칼라의 인식은 꽤 많이 개선되었다고들 한다. 아직도 한국의 근간을 이루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을 하고 있고, 그 제조업의 근본은 블루칼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우리 회사도 인원의 비율 중 블루칼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천대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우리 회사의 블라인드 어플 게시판을 보면 블루칼라에 대해 '스펙 안 좋은 애들이 하는 일', '고졸이랑 똑같은 일', '아무나 뽑아도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물론 이 글들이 회사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도 많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실제로 화이트 칼라에 비해 스펙이 낮기도 하고 고졸 직원들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기도 해서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을 낮잡아 본다는 것은 블루칼라 직무를 가진 사람으로서 자존감을 낮게 한다.
마지막으로 엔지니어링 활동보다는 생산에 초점을 맞춘 업무의 반복이 무기력을 가져온다. 대부분의 블루칼라 직무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것에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간단한 문제의 해결에서부터 이것저것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문제의 해결까지 이런 것들은 모두 엔지니어링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이런 엔지니어링 활동을 통해 블루칼라의 경우 자부심을 느끼고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하지만 회사의 경우 이익을 창출하는 집단이고 효율을 중시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는 엔지니어링 활동보다는 당장 문제를 해결해 생산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선, 후배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았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문제를 분석해서 해결방법을 찾고 싶지만 그것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일단 무시한 채 설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고, 그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회사는 품질이나 구성원의 성장보다 생산과 이익창출에 더 많은 가치를 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점점 엔지니어링을 하기 위해 공부하고 성장하겠다는 마음보다 대충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만 빨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이 앞서게 되고, 이는 결국 무기력에 빠지게 한다.
성장한계가 명확하다
사내 블루칼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생산에 초점을 맞춘 업무의 반복
이 3가지 정도의 단점은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무기력과 동기부여를 잃은 모습에 대한 원인이었다. 그래서 블루칼라로서 장점도 한번 생각해 보았다.
나의 경우 블루칼라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불필요한 페이퍼워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업무의 경우 끝없는 보고서의 수정, 자료작성, 서류업무 등이 이어진다. 물론 블루칼라의 경우에도 필요한 경우 페이퍼워크를 하기는 하지만, 들은 바로는 상대적으로 화이트칼라에 비해 거의 없다시피 하다. 현장에서 업무를 처리한 후 간단한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해서 공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경우에도 보통 내부적으로 공유되는 보고이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알아볼 정도로 설명하는 수준이다. 대외 보고용으로 거창하게 만들 필요가 없이 특별한 형식을 갖추지 않고 만들면 되기 때문에 페이퍼워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이런 가벼운 업무 방식은 나에게 있어 큰 장점이다. 사실 이 점이 내가 화이트칼라로 부서이동이나 이직을 고민할 때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회사만의 장점일 수도 있으나, 타 직무에 비해 현장 직무를 하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회사에 개인의 시간을 덜 쏟아도 된다. 사실 아까 위에 언급했던 보안으로 인해 장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힘든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다. 현장에서 대부분의 업무가 이루어지고 업무적으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장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그것을 맘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오히려 퇴근 후 별도로 많은 공부를 요하거나 개인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퇴근 후에는 현장의 업무를 더 이상 할 수 없기 때문에 퇴근하게 되면 대부분의 업무에서 해방되는 경우가 많다. 화이트 칼라의 경우 퇴근 후에도 전화업무나 메일업무를 통해 일을 계속하는 경우도 많지만 현장의 경우 그런 점은 좀 덜하다. 또한 경쟁의 측면에서도 현장업무의 경우 현장에서 성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보니 퇴근 후까지 개인의 시간을 쏟아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화이트 칼라의 경우 별도의 자격증 취득이나, 학습을 통해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경우도 많다.
마지막으로는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 수준이다. 물론 같은 회사일 경우에 한해서지만 말이다. 사실 이건 내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 24시간 공장이 돌아가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 주말이나 공휴일에 특근을 해야 하고, 교대근무도 해야 한다. 따라서 수당이 발생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물론 워라밸을 중시하는 요즘 상황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으나,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장점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페이퍼워크
회사에 개인의 시간을 덜 쏟아도 되는 점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 수준
이 3가지 정도로 장점을 추려보았다. 이 장점들은 사실 내가 부서이동이나 이직을 고려했을 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었다. 내 직무에 대해 장. 단점을 정리해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나가야 할지 좀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 정리한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의 경우 마인드컨트롤을 잘해나가면서 극복해서 앞으로 많이 남은 회사생활의 동기부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