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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May 31. 2024

30대 직장인, 다시 한번 군인 정신을 일깨울 때




군대에서는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추워도 춥다고 말하지 않는다. 배고파도 배고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갓 입대했을 때, 그것도 모르고 힘드냐는 조교의 질문에 힘들다고 대답했다가 개고생해야 했다.



그다음부턴 아무리 힘들어도 '괜찮습니다!'하고 소리쳤다.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그랬다. 슬개골 힘줄을 툭하고 치면, 다리가 앞으로 튕겨 나가는 자동 반사처럼, 힘드냐는 질문엔 무조건 '괜찮습니다'였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억울했다. 지도 힘들어 보이는 구만, 왜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냔 말이다.



똥군기 혹은 허세였을까? 적어도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 자신 없는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고 되뇌는 것. 그건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 모두 '기세'와 관련이 있다.



전쟁에선 기세가 중요하다. 기세가 강한 세력이 반은 이기고 시작한다는 말도 있다. 전투 직전에 지휘관이 열심히 연설하고, 기합을 넣는 등의 행위는 모두 기세를 높이기 위함이다. 기합은 반드시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넣는다. 그러니까, 이겨서 기세가 높은 것이 아니라, 이미 기세를 높여놓고 싸워 이기는 것이다.



꼭 군인이 아니더라도, 때로는 우리에게 그런 군인 정신이 필요하다. 특히, 삼십 대가 되면, 체력도 기세도 한풀 꺾이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직장인이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친한 동료와 아침 인사는 거의 '졸려 디지겠네'이다.



문제는 피곤하다고 하면 할수록 더 피곤해진다는 사실이다. 강한 의지로 ‘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마가렛 대처는 '생각을 조심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by 마가렛 대처



결국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되는 셈이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외쳐버리는 기세가 필요하다. 30대, 비록 전역한 지 십 년이 지났지만, 다시 한번 군인 정신을 일깨울 때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시나 '출근하기 싫다'였다. 많이 자나, 적게 자나 매번 같은 걸 보면, 이미 습관이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실에 새삼 경각심이 들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했다. 나는 강인한 군인 정신을 일깨워, 괜찮다고 말하며 강한 기세로 침대 밖을 나왔다. 수도를 왼쪽 끝까지 돌려 찬물로 샤워했다. 한결 개운해졌다. 그러고는 평소와 똑같이 골골거리며 출근했다. 역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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