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엔 관심이 없었다. 내겐 딱히 심리적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직장 생활이나 인간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해도 심리학 책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사람들에겐 저마다 크고 작은 심리적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다. 생각이 너무 많은 것도, '할 일'에 대한 강박증도 알고 보면 심리적 결함이다. 매일 밤 편히 잠들지 못해 몸에 이상증세가 와도 상황을 바꾸긴 어려웠다.
나 자신에 대해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불안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야 해결하든 내려놓든 할 수 있을 테니. 안중에도 없던 심리학 책을 펼친 데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은 직장 후임이 추천해 준 책이다. 나는 처음 책을 만나면 가장 먼저 목차를 살펴본다. 첫 번째 챕터의 제목은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걸까?'. 안 볼 수 없었다.
걱정을 없애는 방법으로, 저자는 통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하라고 한다. 흔하디 흔한 조언이다. 그런데 당연한 말도 전문가가 하면 다른 법. 저자 김혜남 교수님은 나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젊은 시절을 보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자라 정신분석 전문의가 됐다. 그런 그가 하는 말이니 크게 와닿았다. 그의 말대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건 무의미하다. 과감히 쓰레기통에 버려야 마땅하다.
생각이 깊은 것과 많은 것은 다르다. 생각 많은 사람치고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못 봤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생각이 많으면 결과가 산으로 간다. 결국 내게 필요한 건, 덜어내기. 버리는 연습이 필요했던 것이다. 알면서도 쉽지 않지만 적의 실체를 파악했으니, 이제는 해볼 만한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