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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Nov 10. 2024

고전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고전이 답했다, 고명환



고전이 답했다, 고명환



일부 개그맨/우먼은 일부러 비싼 차나 명품을 애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중들이 무의식중에 개그맨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 무시당하지 않으려 함이라고. 나는 그런 대중들이 우매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고전이 답했다』는 개그맨 고명환이 쓴 책이다. 출판과 동시에 반응이 뜨거웠다. 사람들의 칭송에도 내가 책을 구입한 건 시간이 꽤 지나서였다. 사놓고 펼치는 데까지는 더 오래 걸렸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반짝하는 베스트셀러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인증된 스테디셀러를 선호한다.

둘째, 고전에 관한 흥미가 낮았다.

셋째, '개그맨이 고전에 관한 책을? 흠…'


나 역시 우매하다고 한 것은 바로 세 번째 이유 때문이었다.








여행을 앞두고 무슨 책을 가져갈지 심사숙고했다. 여러 권 챙겨봤자 다 읽지 못할 게 뻔했다. 아직 읽지 않고 쌓아둔 책들을 살펴보았다. 무게와 내용 모두 무겁지 않아야 했다. 여행지에서만큼은 몸도 마음도 가볍게 읽고 싶었다.



여러 책 가운데 손에 잡힌 건 의외로 『고전이 답했다』. 훓어보니 가볍고 쉽게 읽혔다. 가방에 챙겨 떠났다. 비행기에서, 숙소에서, 차를 기다리면서 여행 중에 틈틈이 꺼내 읽었다.



『고전이 답했다』는 개그맨이자 메밀국숫집 사장님이자 강사이자 작가인 고명환의 고전 독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고전을 읽기 시작했고, 삶에 적용하여 인생을 바꾸었다. 그 경험을 토대로 고전을 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분명 읽기 쉽게 쓰인 책인데, 페이지 넘기는 속도는 더뎠다. 저자가 끊임없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당장 지금의 내가 필요한 곳은 어디인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가?
『고전이 답했다』 53쪽





어떤 글을 읽으면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SNS 사진과 달리, 글에선 가식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장문의 글에서 가식은 어떻게든 티가 난다.



감히 판단하건대, 고명환은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는 아니다. 그는 책 읽고, 사색하고, 답을 찾고, 인생에 적용하기를 잘하는 사람이다. 오래전 방송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달라 읽는 내내 적잖이 놀랐다.



고전을 이보다 쉽게 권할 수 있을까? 저자는 한 번도 '이 책을 읽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떤 부분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으며, 어떻게 답을 찾았는지를 '보여준다'.





앞서 나는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를 선호한다고 했다. 그런데 고전이야말로 수 세기에 걸쳐 인증된 스테디셀러이다. 짧게는 몇십 년에서 길게는 몇천 년 동안 사람들에게 읽혀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손자병법』은 기원전 5세기경, 춘추전국시대에 쓰였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다. 말 그대로 스테디셀러인 동시에 베스트셀러이다.



그렇게 오래전에 쓰인 책이 과연 현대와 맞을까? 시대가 바뀌어도 세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는 반드시 반복된다. 따라서 고전은 시대를 관통하는 인생 공략집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작가의 의도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고전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여전히 지루하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궁금해졌다. 과연 나는 고전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마침, 내 방에는 먼지만 쌓여가던 『그리스인 조르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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