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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엄마, 시시한 이야기

by 멈가


2014년, 호주에 도착해 처음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하늘 아래'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한국의 하늘과는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구름이 마치 잔뜩 부풀려 만든 솜사탕처럼 풍성했고, 어쩌면 닿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낮게 깔려 있었다. 호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나는 수도 없이 많은 하늘 사진을 찍었다.



그런 점은 엄마를 닮은 듯하다. 엄마도 하늘 보기를 좋아한다. 언젠간 부모님께도 그 하늘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호주에 다시 오겠다고. 그땐 그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엄마는 혈액암에 걸렸다. 두 번의 항암을 잘 이겨내셨지만, 이제는 오래 걷기 힘들게 되었다. 호주 여행은 엄두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신 것이다. 그동안 혼자 다녀온 여행이 떠 올랐다.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늦게나마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금은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강행했다. 엄마는 비행하는 내내 창밖만 봤다. 시간이 아까워 잘 수도 없다고 하셨다. 10년 전, 보여주고 싶었던 하늘은 이것과는 차원이 달랐는데. 나는 말을 삼켰다.



최대한 이동을 줄였는데도, 엄마는 힘든 기색을 보였다. 이게 부모님을 위한 여행인지, 아니면 단지 내 마음이 편해지고자 하는 여행인지 헷갈렸다. 내 마음을 아셨는지, 인천 공항에서 헤어지기 전에 엄마는 내게 말했다. "재미없는 여행 하느라 고생 많았다. 엄마는 재밌었다."



유후인의 킨린 호수에는 많은 비단잉어가 산다. 대부분 어두운 색의 비늘을 가졌는데, 극히 일부 개체는 황금빛을 띤다. 그래서인지 황금색 잉어를 찾으면 행운이 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가족은 그 황금 잉어를 보았다. 종교도 미신도 안 믿는 나지만, 이번만큼은 그 시시한 이야기를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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