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집이 최고다!
더운 여름을 보낸 덕분인지, 글쓰기도 한 달 정도 휴가를 보내버렸다. 이런저런 글 쓸 일들이나 시간도 있었지만 노트북을 켜지 않았다. 글감들이 생각나더라도 따로 메모를 하거나 적지 않고 생각의 찌꺼기들도 다 없애 버렸다. 브런치에서 주기적으로 글을 써야 글감각이 유지된다, 독자들이 네 글을 기다린다 등의 알람을 보내줬지만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서 무시했다. 내가 뭐 꼭 글을 써야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글 쓰는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닌데, 의무감으로 글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편히 한 달쯤 살았다.
여행을 갔다가 집에 돌아오거나 휴가를 다녀온 후 일터로 복귀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어딘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안정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수적이다. 끝남이 없는 여행이 흥분보다는 오히려 힘들고 지루할 것 같지 않은가? 무엇이든 끝이 있어야 재미도 있고 평안한 법이다. 넓디넓은 태평양 바다를 건너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본능도 비슷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정 붙이고 오랜 기간 살아온 터전, 그 집에서 안정감을 취하는 게 삶에서 제일 편한 것이리라. 그래서 어디든 한 곳에 정착을 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리라.
글쓰기를 잠시 멈춘 '글휴가'를 다녀왔지만, 종종 머릿속에선 다양한 글감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글감들을 솎아내고 정리하고 있었다. "대체 내가 언제부터 글을 썼다고 이렇게 글감들을 다듬고 있지?" 라며 쓴웃음을 몇 번 지었었다. "어렵게 어렵게 쌓아온 브런치의 구독자님들이 다 떠나가면 어쩌지?" 라며 걱정을 하는 내 모습도 보았다. 이게 뭐라고(브런치스토리 운영자님과 관계자분들 죄송합니다. 무시의 뜻은 아닙니다^^;;) 별 쓸데없는 생각을 다 하고 있구나 싶었다. 이런 내 모습이 낯설면서도 재밌었다. 한 발짝 떨어져서, 글을 쉬면서 내 모습을 돌아보니 어느덧 글쓰기가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게 아닐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디에든 내 돌아갈 곳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특정분야에서 '성공'의 의미일 수도 있겠다. 뭐 어마어마한 성취와 달성만이 성공일까? 잠시 쉬었다가 편하게 글쓰기 플랫폼에 다시 돌아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소중한 축복이자 행복이리라. 온라인에 많은 글쓰기 플랫폼과 사이트가 있겠지만, 여기 브런치에서 시작했고 집을 조금씩 지으면서 친구들도 사귀고 틈틈이 마실도 다니고 있으니 이제 여기가 내 집인 듯싶다. 이곳 기능도 잘 모르고 잘 활용하지도 않아 여전히 서툴지만 그래도 브런치 플랫폼이 글쓰기에 제일 안성맞춤이다. 글을 안 쓴 지 한 달이 넘으니 글을 쓰라는 알림은 이제 오지 않지만, 내 오래 비워둔 집에 스스로 거미줄 치우러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길어지면,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도 설레고 행복해지는 법이다.
오랜만에 온 집. 거미줄도 치우고 퀘퀘 묵은 냄새들도 빼야겠다. 친구들 집에 마실도 조금씩 다녀보면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둘러보기도 해야겠다. 내가 없어도 이 동네는 잘 돌아가고 있었겠지만, 나로 인해 이곳이 작은 활력소를 다시 얻게 되지 않을는지... 조금씩 다시 적응해 보련다. 역시, 내 집이 최고다!
내 집 리모델링도 다시 했으면 좋겠는데,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