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르는 소 Oct 25. 2024

노을

1984년 10월 26일, 내 글을 만나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4학년때인 1984년에는 목회를 하시던 부모님을 따라 전라남도 무안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당시 무안국민학교의 글짓기반 동아리담당 선생님이 지역신문사에 내 글을 보내신 것 같다. 그때의 지역신문을 보니 학생문예라는 코너가 보인다. 1984년 10월 26일 금요일, 광주일보 6면에서 40년 전 내 글을 만났다. 


< 노 을 >

하늘이 빨갛게 물들었다. 

누군지 몰라도 꼭 빨간 물감을 엎질러 놓은 것 같다. 하늘이 빨갛게 물들면 시원한 가을바람이 우리들을 찾아온다. 

'사르르, 사르르' 소리 만들어도 시원한 느낌이 오고 간다. 

하늘에 노을이 드니 이집저집 연통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러니 저녁노을은 저녁밥 시간을 가르쳐 주는 같다. 

노을에 의해 하늘만 빨갛게 물들었는지 알았는데 온 세상이 빨갛게 물이 들었다. 

논의 벼들도, 곡식들도, 물까지 빨갛게 물이 들었다.

또 파란 색깔의 내 옷도 빨개졌다. 

하늘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보니 하늘이 무슨 일을 하여 부끄러워 빨개진 것 같다. 

저녁노을이 빨간 옷을 입고 세상에 자랑을 한다. 그러면 연통의 연기들이 너무 이쁘다고 박수를 친다. 그러며 사라져 간다. 

연기들이 없어지니 저녁노을은 슬퍼진다. 더욱 오래, 더욱 큰 박수를 받고 싶었는데. 이렇게 박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나마 노을은 즐거웠다. 이어서 가을바람이 찾아왔다. 저녁노을은 '가을바람은 오래 있겠지! 생각하며 옷을 자랑한다. 그러나 가을바람도 박수만 치고 그냥 가버린다. 

저녁노을은 슬퍼하며 저기 먼산 마루로 사라져 간다. 

'오늘은 즐거운 한편, 슬픈 날이었다'라고 외치며 사라져 간다. 




만 10살이던 나. 문학소년이었구나. 

언제나 추억은 아름답고, 글로 쓴 것은 세상에 남는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괜찮아, 이제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