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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 Dec 01. 2022

내 인생에서 모유수유가 제일 어렵다..

아무리 먹여도 깊게 물지 못하고 몸무게가 잘 늘지 않는다.

오늘은 나의 둘째 딸이 태어난 지 13일째 되는 날이다.

내일이 2주가 되는 날이니 작디작은 꼬꼬마 신생아를 육아 중이다.

나의 첫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신체적 이상이 발견되어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으러 옮겨졌다. 간호사가 skin to skin이라는 아이와 엄마가 맨살을 맞대고 첫 애착을 형성하는 시간을 위해 나에게 아기를 안겨주자마자 분위기가 심각해지더니 바로 검사가 필요하다며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렇게 검사를 위해 떠난 아기는 큰 소아과가 있는 다른 지역 병원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이송되었고, 그 병동에 남는 병실이 없어서 나는 아기와 3일을 떨어져 있었다.


NICU (신생아 중환자실)라는 곳에서 아기는 머무르며 아이비를 통해 영양공급을 받다가 총 검사 결과가 나오고 아서야 나에게 분유를 공급할 것인지 묻는 연락이 왔다. 나는 그동안 젖도 못 먹고 아무것도 못 먹은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분유를 먹여달라고 했고, 아이는 분유로 그렇게 첫 시작을 했다. 분유를 먹기 시작하고 우리 부부는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왔다.


아이를 만나지 못하는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병원에서부터 유축기를 빌려서 나오지도 않는 초유를 유축한다고 열심히 유축을 시작했고, 며칠 후에나 찔끔찔끔 간신히 나오는 초유를 주사기에 빨아들여 아이 입에 넣어주곤 했다. 아이가 빨면 더 잘 나오고 많이 나온다는 모유수유를 이론적으로 너무나 열심히 공부했기에 아이가 배가 고파 보이면 쉴 틈 없이 젖을 물렸다. 아이는 빨대 빨듯이 젖을 물었고 나는 젖꼭지에 고통이 극심했다. 분유로 이미 먹이고 있던 터라 모유는 유축을 해서 3주를 먹이면서 젖물리기를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나는 아이가 젖병에 먼저 노출되었기에 내 젖 물리기가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맞이한 나의 둘째 딸은 그래서 더욱 첫 단추를 잘 끼워보자고 결심했다. 모유수유로 양질의 모유를 먹여서 포동포동 잘 키워보고 싶었다. 첫째 아이는 분유를 먹였음에도 너무나 마른 편이었고 이유식을 시작하고 나서야 살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마른 체질이다. 혹시나 둘째는 모유를 먹이면 살도 더 잘 찌지 않을까 기대도 했고 말이다.


낳고나서부터 젖물리기를 시도했고, 모자동실에 머무르며 간호사들에게 젖 물리는 방법과 노하우들을 물어보고 배웠다. 실리콘 젖꼭지 보호대도 사용해보고, 병원에서 일하는 모유수유 전문가 두 사람에게 각각 상담도 받았다.


아이는 처음부터 나의 왼쪽 가슴을 특히 싫어했다. 젖꼭지의 길이가 오른쪽보다 짧은 까닭이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물리려는 노력을 통해 양쪽 가슴에 젖 물리기가 가능해졌지만, 출산 후 만났던 한 모유수유 전문가는 왼쪽 가슴은 유축을 하고 오른쪽 가슴만 젖물리기를 하라고 할 정도로 아이는 왼쪽 가슴을 거부했고 앞이 까마득했었다.


지금은 두쪽 다 젖 물리기가 가능해졌는데, 심각한 문제는 깊은 젖 물리기가 안 된다는 점이다. 몇 날 며칠을 검색하고 유튜브 동영상들을 뒤져서 찾아보고 했는데도 아이는 내 유두를 괴롭게 했고 왼쪽 유두가 특히 유두백반이 심해져서 가만있어도 아플 지경까지 왔다. 젖을 물릴 시간이 되어서 아이가 칭얼대면 도망가고 싶고 너무나 괴롭기만 했다.


왼쪽은 아예 물지를 않기에 유축을 해야만 될 것이다라고 예측을 했던 그 모유수유 전문가는 당시에 내 아이가 왼쪽 가슴을 빨지 않는 이유로 설소대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대화하고 난 뒤에 극적으로 왼쪽 젖 물리기에 성공했기에 설소대에 대한 생각을 저 멀리 밀어두었다.


집에 와서 수유를 계속 시도하고 먹이고 하는데도, 정기첵업에 가면 아이 몸무게가 퇴원 때보다 줄었고 너무 작다고 많이 늘지 않는다고 중요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의사가 강조했다. 의사는 몸무게 증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자주 방문할 것을 요구했고, 방문일에 맞춰서 몸무게가 더 늘도록 열심히 젖을 물리고 먹이고 했다. 결론적으로 몸무게가 더 이상 줄지는 않지만 느는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분유 보충이나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라고 했다. 책업때마다 나는 집에서 기다렸고, 첵업에 갔던 남편은 의사의 분유 보충 권유를 대수롭지 않게 듣고 왔기에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


어젯밤에는 젖꼭지의 통증이 너무나 심해져서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수유라는 것이 스트레스이자 고통이 돼버렸고 제대로 젖물리기를 못하는 아이를 향해 원망이 생겼다. 입을 크게 벌린 타이밍에 맞춰 깊게 욱여넣으면 싫다고 발버둥 치고 울고 하는 아이를 보며 좌절을 느꼈다. 누구를 위해 이런 고생을 하나 싶고 말이다.


그래서 소아과 주치의와 나의 산부인과 주치의에게 도움을 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소아과 주치의에게는 아이의 설소대가 혹시 문제가 있어서 깊은 젖 물리기가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해 물었고, 오늘 방문하라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아이의 혀 아랫부분을 살피더니 설소대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만 젖을 빨 때 아래 혀가 아랫입술까지 나와서 유륜을 건드려야 하는데, 혀가 중간에서 입 안쪽인 뒤까지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그건 계속 훈련을 시키면서 혀가 앞으로 오게끔 반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훈련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켜야 하는 거죠? 너무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고 가버린 주치의..)


그리고 일단 몸무게가 느는 게 제일 중요하니 분유 보충을 하라고 했다. 액상분유를 받아왔고 먹였더니 60ml 양을 한 번에 먹고 잠이 들었다. 내 모유가 그 정도 양도 안되었을까 싶어서 한번 더 침울해졌다. 내가 모유를 먹이면 먹다가 잠이 드는데 배 불러서 잠드는 게 아닌, 자다가 쭙쭙 빨다가 자다가 반복을 한다. 아이가 만족스럽게 다 먹고 입을 떼는 게 아니라 편히 재우려고 내가 아이를 젖으로부터 떼어놓는다.


지금 심정으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의사는 분유 먹이는 게 세상의 끝이 아니라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당연히 안다. 첫째 아이는 처음부터 분유로 시작해서 분유로 끝냈고 간신히 3주간 유축한 모유를 먹인 게 다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아픈 건 아마도 첫째 아이에게 모유를 공급해주지 못한 나의 죄책감이 남아서일 것이고, 둘째 아이에게 또 이렇게 모유수유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좌절하는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인가에 대한 나의 아쉬움일 것이다.


젖병 노출 없이도 젖 물리기가 원활하게 되지 않는 둘째 아이에게 분유를 주며 젖병을 노출하면 과연 내 젖 물리기가 제대로 되는 날이 오게 될까에 대한 불신과 이미 모유수유는 실패했다는 좌절감이 나를 채운다.


의사는 모유수유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니 분유를 먹여서 몸무게를 먼저 늘리자라고 제안을 한 것일 테지만 왜 나는 이토록 받아들이기가 힘든 걸까..

어떤 이들은 일부러 혼합수유를 시작하고 나중에는 완모라는 결과를 얻게 되기도 한다는데, 나와는 출발선이 다른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말이다. 적어도 그들의 아기들은 젖을 원래 깊게 잘 무는 아이가 아니었을까?… 나의 아이는 젖 무는 것조차 힘겨워하는데 젖병을 사용하며 유두혼동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꽤 열심히 연구하고 테스트하고 공부하는 편이다. 모유수유에 대한 이론은 섭렵했고 온라인에 나와있는 정보들은 대부분 읽고 이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유수유는 공부한 대로 되지 않는다.


과연 나의 모유수유 여정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렇게 좌절만 하다가 끝날까?


나도 모르겠다.


너무 속상하고 모든 게 원망스러워서 엉엉 울면서 기도해본다.


땅에 떨어지는 기도는 없다는데 내 기도는 저 깊은 땅 속으로 꺼지는 듯하다.


분유를 먹인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하고 아프지만 일단 몸무게를 늘려서 며칠 뒤에 또 검사받으러 가야 한다.


모유수유의 모든 과정들이 너무너무 두렵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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