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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혀니 Sep 29. 2022

가을엔 감이죠. 감으로 만든 한국 와인

단감명작

술을 (말이라도) 줄이려 하고 있는 요즘,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려면 와인이 필요한 게 당연한 일.

마침 근처의 와인바들은 다 휴무였고, 이왕 먹는 거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자연스레 한식주점 븟다로 향했다.

(애매하게 맛없는 거 먹고 배 채우는 거, 굉장히 싫어하는 편)


안주로 우삼겹 미나리전을 고르고, 적당한 도수의 화이트 와인,

‘단감명작’을 골랐다.

여느 와인에서나 볼 수 있는 750ml 용량의 보틀에 아주 맑은 주황빛의 와인이다. 안주가 나오기 전에 먼저 홀짝 :)


청주 같은 향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아삭한 단감의 산뜻한 향과 함께 느껴지는 산미. 은은하지만 어딘가 식초 같은 산미가 식전주로 딱 좋은 느낌이다.

(aka. 물에 감식초 조금 타고 향이 좋은 청주를 조금 더한 맛)


안주인 우삼겹 미나리 전이 나와서 같이 먹어 보았다. 우삼겹은 좋아하지만 미나리는 싫어했던 나인데…

미나리 너무 맛있잖아..? 내가 알던 미나리는 향이 너무 세고 질긴 풀떼기에 가까웠는데..

전 반죽과 함께 우삼겹의 고소한 향을 입은 미나리는 적어도 내가 알던 미나리가 아니었다.

달큰한 미나리를 잘근잘근 씹다가 꼬소한 우삼겹도 먹어주기.

여기에 다시 상콤한 단감명작 한 모금 마셔주고, 친구랑 조잘조잘 떠들기.

나… 이 날 좀 행복했네..?


맑은 내일 와이너리는 1945년 경남 창원에서 정미소로 문을 열어, 지금은 발효식품 기업 ‘(주) 우포의 아침’으로 3대째에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대를 이은 발효기술을 내세우고, 자체 식품 연구소를 두고 발효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고. 아직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막걸리나 식초도 나오고 있다.

자연 생태계의 보고라고 불리는 우포늪 인근에 양조장이 위치해 있다고.


단감명작은 100% 창녕산 단감을 사용해 만들고 있는 과실주다.

창녕이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커서 감에 당분을 축적하기 좋은 기후라고.

와인과 청주의 경계에 있는 듯한 맛. 그리고 너무 달지 않고 은은한 산미가 좋았다.


나에게는 무엇보다 오랜만에 잘 어울리고 맛있는 마리아주를 찾아서 신이 났던 날이었다.

포도로 빚은 화이트 와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기도 하고,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맛이라서 한 번쯤 마셔보길 추천하고 싶다.


이왕이면 향긋한 전과 함께!

(내가 매우 맛있게 먹었으므로)


이렇게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사람들 옆에 있으면 행복이 별게 없다는 게 느껴진다.

일에 치이고, 현생에 치이더라도

올 가을엔, 다들 예쁜 거 보고, 맛있는 거 먹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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