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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혀니 Jun 22. 2022

나의 런던 진 첫경험

봄베이 사파이어

투명감이 느껴지는 아쿠아마린 색의 보틀,
이름부터 ‘사파이어’라니.
봄베이는 내가 처음 접해 본 진이었다.


사알짝 회상을 하자면, 내가 일본에서 일할 때였는데,

그날따라(회사에 몇 없는) 또래 직원들이 모두 남아 야근을 했었다.

다들 많이 피곤하지도 않았고, 모여서 재잘거리다 보니 일이 끝나고

자연스레(?) 술을 마시기로 했다. 밖에서 사 먹을 정도로 본격적인 모임은 아니었고, 어쩌다 보니 근처에 사는 마루마루상의 집으로 모이게 되었다.

한창 일본의 모든 문화들이 신기했을 때였는데,

이 날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살짝 들떠서,

그날 처음 맛본 술 두 가지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나는 쿠로키리시마 소주였고(언젠가 포스팅할 예정),

다른 하나가 바로 이 사파이어 봄베이!

마루마루상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술장에서 꺼내 온 술이었다.

그 걱정이 무색하게 이미 시트러스 러버였던 나는 봄베이 사파이어를 첫 입에 먹고 반해버렸다.


 서울에서 자취할 때에도 한 병을 사서 집에 두고, 5월 즈음엔 직접 오렌지 껍질을 절여 만든 오랑제뜨와 함께 먹었다. 쌉쌀한 다크 초콜릿으로 코팅한 시트러스 향 가득 오랑제뜨와 사파이어 봄베이는 정말 잘 어울려서 개인적으로 시트러스 러버라면 강추하고 싶은 마리아쥬.


문득 이 술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졌다.

먼저 그 제조사부터.

사파이어 봄베이의 제조사인 Bombay Sprits사는 예술적인 병 디자인과 함께 예술적인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미술 작가들과의 콜라보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발매, 수익금은 기부하거나 아티스트 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래버스토크 밀’이라고 불리는 봄베이 사파이어의 증류소는 ’ 잉글랜드 햄프셔주 윗처치’라는 곳에 위치, 1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제분소, 공장 등으로 쓰였던 건물을 사들여 개조했는데, 개조 과정에서 근처 생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리버테스크 강물의) 물고기를 직접 잡아서 풀어주었으며,

술의 증류 과정에서 나오는 잔여물과 폐기물을 100% 재활용하고 있다고 한다.(존경스럽)


1761년부터 내려온 다킨 가문의 레시피(토마스 다킨)를 대대로 전수받아 진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일반 진은 다양한 식물 재료와 중성 증류주를 증류기에 넣고 끓이는 것이지만, 봄베이 사파이어는 상단의 바구니에 여러 식물을 담아놓고 증류기에서 증발한 증기가 이 바구니를 통과해서 향과 맛이 자연스럽게 베어나도록 하는 독특한 방식(증기 주입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방식으로 완성된 진의 향이 보다 다채롭고 섬세하게 살아는데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고 한다.

1830년대에 제조해서 지금은 전 세계에 딱 4대 남아있는 카터헤드 증류기 두 대를 사용하고 있기도 한다.

또, 들어가는 재료도 스페인, 이탈리아, 인도, 중국 등 각 재료를 가장 좋은 품질로 준비해서 넣었다고.

[유튜브_주락이월드 참고]


마지막으로 ’ 런던 드라이 진’은 증류 이후에 극 소량의 설탕을 제외한 그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아야 그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봄베이사에 런던 드라이 진은 아니고, 디스틸드  (증류진) 있다고 한다. 베리 향이 인퓨징  ’봄베이 브램블인데, 기회가 된다면 먹어보고 싶은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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