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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량진법잘알 Jun 27. 2022

투자계약에서의 주식처분제한약정

배경


스타트업의 투자자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담보 없이 투자금을 회사에 납입하게 되는데, 그만큼 창업자 등 주요주주가 회사의 성장에 전념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목표를 법적으로 다루기 위하여는 계약을 통하여 주요주주와 투자자 간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주요주주에 대한 보유주식의 처분제한은 투자계약에서 이해관계 조율을 위한 매우 적절한 수단이다. 주요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면, 결국 회사의 기업가치 상승을 위하여 상당 기간 헌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주식처분제한약정은 투자계약 실무상 널리 사용되어 왔다.

 
주식처분제한약정이 거래계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주주 간 사적계약을 통하여 주식의 양도를 원칙적으로 금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는 주식양도의 자유를 보장상법 제335조 제1항과 어느 정도 긴장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상법 제335조 제1항 단서는 정관으로 정하는 경우 이사회의 승인으로 주식의 양도를 예외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 정관이 아닌 사인 간의 계약을 통하여 주식의 양도를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는 문언상으로는 명확하지 않은 셈이다.


■ 상법
제335조(주식의 양도성) ① 주식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 다만, 회사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발행하는 주식의 양도에 관하여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할 수 있다.
②제1항 단서의 규정에 위반하여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아니한 주식의 양도는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③주권발행전에 한 주식의 양도는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그러나 회사성립후 또는 신주의 납입기일후 6월이 경과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의 첫 해석(2000. 9. 26.)


대법원은 2000. 9. 26. 주주 간 계약으로 정한 5년의 주식처분제한을 아래와 같이 무효라 판시하였다. 이는 주식처분제한약정의 효력에 관한 대법원의 첫 해석으로 보인다.


■ 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48429 판결
이 사건 약정은, 그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그 양도에 이사회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등 그 양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설립 후 5년간 일체 주식의 양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이와 같은 내용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관으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주주의 투하자본회수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와 같이 정관으로 규정하여도 무효가 되는 내용을 나아가 회사나 주주들 사이에서, 혹은 주주들 사이에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또한 무효라고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식처분제한약정은 주주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하여 국내외 투자계약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어온 주요한 수단이다. 그리고 판결의 기초가 된 해당 사건의 주식처분제한약정은 특이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널리 사용되는 통상적인 내용이었다.


■ 위 판결의 기초사실이 된 1994․ 6․ 3․자 합작투자계약 및 1994. 9. 4․자 투자약정 중 주식처분제한약정의 내용
"합작회사(이하 '피고 회사'를 말한다)가 사전에 공개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합작회사의 설립일로부터 5년 동안, 합작회사의 어느 주주도 합작회사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 매각, 양도할 수 없다. 단 법률상 또는 정부의 조치에 의하여 그 주식의 양도가 강제되는 경우 또는 당사자들 전원이 그 양도에 동의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위 예외의 경우나 설립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 합작회사의 공개 이전까지 포항제철이나 코오롱 이외의 주주가 보유하는 합작회사의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하고자 할 경우에는 포항제철과 코오롱이 주식 매입시의 각자의 주식보유비율에 따라 동 주식을 우선 매수할 권리가 있다. 이때 양도인은 우선 포항제철과 코오롱에 서면으로 동 주식의 양도를 청약하여야 하고, 그 양도가액은 합의된 가격 또는 감정에 의한 공정가격으로 한다. 위 계약들에 의한 주식의 양도제한에 위배하여 합작회사의 주식이 양도된 경우 그 주식양수인은 위 계약들에 따른 어떠한 권리와 이익도 가지지 아니하며, 그 주식의 양도인은 본 계약 및 위 합의서 등의 서면에 의한 약정 및 의무에 대하여 계속 책임을 진다."



이와 같이 예외적으로 양도가 가능한 사유까지 포함되어 있는데다가 그리 길지 않은 5년의 처분제한기간을 정한 일반적인 주식처분제한약정이 대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받게 된 셈이다. 위 판결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한 투자계약 실무에서는 법적 안정성에 대한 부족한 확신 속에서 주식처분제한약정을 계속하여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법원의 판결에 대하여는 치밀한 논증 없이 지나치게 교조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닌지 많은 비판이 계속되었다.



대법원의 적용범위 축소 시도(2008. 7. 10.)


비판을 의식한 것인지, 대법원은 2008. 7. 10. 기존 판결의 적용범위를 축소하는 듯한 법리를 제시하였다. 기존 판결을 폐기하거나 변경하지는 않았으나, 기존 법리를 반대해석함으로써 주식처분제한약정의 무효 범위를 축소하려 시도하였다. 즉, 투하자본 회수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으며, 그것이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다면, 러한 식처분제한약정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취지이다.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다14193 판결
주식의 양도를 제한하는 방법으로서 이사회의 승인을 요하도록 정관에 정할 수 있다는 상법 제 335 조 제1항 단서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주주들 사이에서 주식의 양도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의 약정을 한 경우, 그 약정은 주주의 투하자본회수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다면 당사자 사이에서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당사자들은 2002. 7. 31. 주주의 만장일치를 요건으로 하는 주식처분제한약정이 포함된 "주주간 합의계약서"를 작성하였고 2007. 8. 20.에 위 합의계약이 종료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따라서 위 판결은, 다른 고려요소들을 생략한 채 거칠게 말하자면, 기존 판결과 정반대로, 5년의 처분제한기간은 투하자본 회수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정도의 기간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대법원의 최근 판결과 전망(2022. 3. 31.)


대법원은 그 후의 사건에서도 주식처분제한약정의 유효성을 넓게 인정하여왔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다7608 판결 참조). 그리고 최근 대법원은, 존립기간이 13년으로 정하여진 회사에서, 기간을 정하지 않은 주식처분제한약정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그 적법성을 인정하였다.


■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다274639 판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주식양도를 위해 출자자 전원의 동의를 받도록 한 이 사건 협약 제14조를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협약 제14조는 이 사건 회사 주식의 양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양도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회사의 주주가 8명에 지나지 않아 다른 주주로부터 주식양도에 관한 동의를 받는 것이 그 양도를 금지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도 어렵다. ② 이 사건 회사의 정관과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사건 회사는 존립기간이 설립등기일부터 13년으로 정해져 있어 주주의 투하자본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③ 이 사건 사업은 주간사(피고), 공공출자자(청주시), 재무적 출자자(산업은행), 건설출자자(대우건설 등) 등 각 역할을 수행하는 주주의 구성이 중요하여 그 주주 구성의 변동을 제한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주식양도 제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이 원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여 판시한 바에 따르면, 보통의 투자계약에서의 주식처분제한약정의 대부분은 쉽게 적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대부분의 주식처분제한약정은 일정한 승인 또는 동의를 얻는 경우 양도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사 그러한 요건과 절차가 없는 주식처분제한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비상장회사의 경우 주주의 수가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주주 전원의 동의를 얻어 주주간계약을 개정할 수 있으므로 투하자본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②투자계약 실무례에 비추어 볼 때 주식처분제한기간을 13년을 초과하여 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③투자계약에서 주식처분제한약정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해당 주주의 역할과 개성이 중요하여 그 주주 구성을 유지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이 형식적으로는 2000. 9. 26. 선고한 판결의 주식처분제한약정의 무효 법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그 적용범위를 매우 축소하여 해석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계약서 작성 시 주주 간의 이해관계 조율을 위하여 주식처분제한약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문제될 가능성은 사실상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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