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증명적 기능이다. 이는 계약서가 법률상의 행위를 그 자체에 의하여 직접 증명하게 되는 처분문서라는 성질에서 비롯한다. 계약서는 민사적 분쟁에서 주요 증거로서 사용되고, 계약서에 대한 최종적인 해석은 법원에서 사법해석의 형태로 이루어지므로, 계약서는 법원에서 읽고 해석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게 된다. 계약서의 증명적 기능은 다른 모든 기능들보다도 우선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의뢰를 받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의뢰인으로부터 특정한 문언을 기재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경우가 있다. 기재하고자 하는 내용이 법령과 판례에 비추어 볼 때 법원에서 잘못 해석될 우려가 있다면, 그대로 기재하여서는 안 되고 적절한 내용으로 수정하여야 한다. 의뢰인이 요청한 문언을 그대로 기재하게 되는 경우라도법원에서 그 문언을 어떻게 읽고 해석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검토가 선행하여야 한다.
예외적으로, 법적인 구속을 받을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계약서의 형식을 통해 상대방과의 신뢰관계를 표현하려 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서 계약서는 당사자 간 우의와 신뢰를 상징하는 물건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며, 계약서에 서명하는 의식은 행사의 중요 부분을 장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까지 법률관계를 엄밀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개별적인 문언이 표현하게 되는 정치적 또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예외적인 계약서는 법문서의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한 문서가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다.
증명적 기능 외에도 아래와 같은 부수적인 기능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보고적 기능이다. 계약서는 당사자 간 합의한 내용을 잘 정리된 형태로 정리한 문서이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은 각 당사자의 계약조건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다. 당사자들은 계약서를 작성하며 각자가 이해하고 있는 내용과 계약의 내용을 비교하며 점검하게 된다. 계약서는 그러한 과정을 거쳐 합의가 이루어진 계약의 내용을 각 당사자에게 최종적으로 보고하는 객관적인 문서로서 기능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규범적 기능이다. 계약은 당사자들이 거래관계에서 이행하여야 할 행위의 기준이 되는데, 계약서는 계약의 규범력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잘 작성된 계약서는 그 자체로도 당사자들의 계약 준수 의지를 고양하는 기능을 한다. 심지어 당사자 간 주요 부분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일지라도, 양해각서와 같은 계약서의 형태로 그 내용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사실상의 이행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례적 기능이다. 계약서는 이후의 유사한 거래에서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유용한 선례가 될 수 있다. 특히, 잘 작성된 계약서는 확립된 계약 관행이 존재하지 않는 분야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문헌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 계약서는 어떠한 법리를 활용하여 어떠한 접근방법으로 어떻게 거래구조를 설계하였는지 등에 대하여 당사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들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계약서가 우리 생활에서 어떤 목적을 띠고 있는지 탐구한다면, 계약서가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하여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