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R 지식연구소 공동소장 최병철 교수
본 글은 2022년 5월 31일 벤처스퀘어에 게재된 기고문입니다. 본 기고문은 아산 기업가정신 리뷰(Asan Entrepreneurship Review, AER)의 '발달장애인 텃밭 프로젝트에서 매출 80배 성장 기업이 되기까지-동구밭' 사례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구밭은 친환경 세제 및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소셜벤처로써 전직원의 50% 이상이 발달장애 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5년 <발달장애인 텃밭 가꾸기 교육 프로젝트>로 탄생된 동구밭은 제조업에 첫 도전장을 내민 2017년 매출 6억 원을 달성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매출 55억 원을 돌파하며 10배의 성장을 일구어 내었고, 2022년 다시 그 두배인 114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이러한 동구밭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창업자 노순호 대표의 고민과 좌절, 극적인 부활이라는 드라마가 감추어져 있었다.
동구밭 노순호 대표의 이러한 고민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만 하는 소셜벤처의 본질이 녹아든 고민이다. 대학 동아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2015년 창업한 소셜벤처 동구밭은 <발달장애인 텃밭 가꾸기 교육 프로젝트>로 야심차게 시작하였다. 누구나 공감하는 설립취지와 다양한 지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2016년 동구밭은 곧 발달장애인의 교육훈련 서비스의 한계를 마주한다. 텃밭 가꾸기 교육을 받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취업시장의 눈길은 여전히 차가웠고, 자리를 잡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을 무조건 프로그램내에 유지하는 것 역시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사회적 미션과 지속가능성의 충돌로 인한 사업성 악화 문제로 인해 초기에 뜻을 모았던 다수의 구성원마저 2016년에 대부분 떠나게 된다.
동구밭이 직면했던 가장 큰 장애물은 취약한 사업 모델이었다. 지원금에 의존하고,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불확실한 사업은 궁극적으로는 결코 발달장애인들에게도 바람직한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수익성도 약하고 지속가능성도 약한 모델을 선의와 관심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고용해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회사도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자.” 이것이 노 대표의 새로운 목표였다. 그러려면 동구밭이 발달장애인을 직접 고용하면서도 스스로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들어내야 했다. (AER 사례 중 발췌)”
지속가능한 사업모델 확보를 위해 동구밭 노순호 대표는 스마트농업과 천연수제비누 제조업을 선택한 사이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다. 고심 끝에 동구밭은 텃발 가꾸기라는 초기 사업모델과 유사성이 높고 성장 기대치가 높은 스마트농업 대신 당시에도 이미 장애인 고용이 보편화되어있던 천연수제비누 제조업을 선택하였다. 다만, 당시 많은 장애인 고용 회사들이 집중하고 있었던 자체 제조 방식 대신, 동구밭은 초기부터 다른 브랜드들의 천연수제비누를 위탁받아 제조하는 위탁제조를 핵심사업으로 채택한다. 이는 안전한 고용이라는 미션을 추구하는 데 유리하고, 당시 시장 상황에서 영세업체들 가운데 다소간의 생산비용 우위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 적합한 전략이었다.
동구밭의 이러한 파격적인 선택은 역설적으로 이제는 경영전략에서 고전이 되어버린 하버드 경영대학 마이클 포터 (Michael Porter) 교수의 산업환경분석 (Five Forces Analysis)에 충실하였기 때문이다. 천연수제비누 위탁생산을 산업구조분석 모형의 다섯 가지 요소 차원에서 비교하여 분석하면 아래와 같다.
동구밭은 치밀한 산업환경분석과 동시에 세밀한 내부역량분석을 진행하였다. 동구밭은 발달장애인 고용을 오히려 내부적인 경쟁우위창출의 원천으로 보았다. 동구밭에 애정을 가진 발달장애인 고용을 통해 생산성의 향상과 안정을 확보함으로써, 소규모 경쟁업체들이 겪는 근로자의 잦은 퇴사와 이직이라는 문제를 최소화하였다. 또한 발달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확보한 지원금으로 초기의 원가안정성을 확보하고 생산원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었다.
마이클 포터의 산업구조분석에서 제시하는 다섯 가지 요인에서 동구밭이 완벽하게 우위를 확보한 것은 아니다. 굳이 분석하지만, 동구밭의 당시 해당 산업에의 포지션 포트폴리오는 2강 (시장내 경쟁, 잠재 진입자 위협), 2중 (공급자, 대체재), 1약 (고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약점으로 보일 수 있었던 자원의 특성을 핵심역량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하고 끊임없는 혁신의 노력을 통해 자체브랜드 시장까지 진출함으로써 중 혹은 약의 위치에 있던 산업구조분석의 요인들을 극복하였다.
동구밭과 같이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스타트업의 경우, 어떤 산업에 진입하기 시작할 때 산업구조분석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보유한 자원의 장점을 바탕으로 전략과 노력으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영전략은 많은 이들의 연구와 노력이 더해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해 왔다. 파괴적 혁신, 블루오션 전략, 플랫폼 전략,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양손잡이 전략 등 많은 이들의 노력에 의해 그 가치와 효용성이 증명된 전략들은 트렌디하고 멋진 이름으로 수많은 경영자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최신 전략들을 활용하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단숨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최신 전략들도 근본적으로는 ‘최대한 유리한 환경에서, 고유의 역량으로 가치를 창출한다’라는 경영전략 기본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전략경영에서 많이 활용되는 손자병법에서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로움을 면할 수 있고, 하늘을 알고 땅을 알면, 승리하여 보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하늘을 알고 땅을 안다는 것 (환경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과 적을 알고 나를 안다는 것(내부역량분석)은 시대화 배경을 초월하는 승리의 전략공식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성공이 기막힌 신묘함보다는 결국 전략의 정석에 충실한 결과라는 사실은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스타트업 종사자와 창업의 세계로 시야를 넓히려는 경영학자 모두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