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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 Nov 18. 2022

어떻게 살고 있냐면요.

잘 살고 있습니다.

제목에 쓴 것처럼 나는 잘 살고 있다. 그 많은 시간을 모두 유용하게만은 쓰지 않았지만 꽤 많은 일이 있었다. 가보지 못한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냈고 혼자 맛있는 걸 먹으러 다녔으며 사람 없는 평일 유원지에서 줄 한 번 서지 않고 여유롭게 즐기기도 했다. 결혼 준비는 천천히 진행되어 갔으며 남자 친구와는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사실 아무것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정에 치우쳐 직장을 나와버린 케이스이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걱정이 앞선 상태였다. 그래서 당장 쉬는 날 없이 도서관, 스터디 카페를 전전하며 이직 준비에 열을 올렸다. 이직은 하루라도 빠르게 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도 남들보다 뒤처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일을 하느라 제대로 하지 못한 공부를 하기 위해 쉬는 날을 만들 수 없었다. 


사실 저건 한 달도 가지 못했다. 일찍 일어나던 아침은 출근하는 가족들이 모두 나간 뒤에 눈을 뜨게 되었고 매번 밖에서 사 먹던 점심은 다이어트를 핑계로 집에서 챙겨 먹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전은 집안일을 하게 되었고 점심을 먹은 이후 오후가 되어서야 카페로 이동하여 이직 준비를 했다. 그 와중에도 약 한 달 이상 이직 준비만 했던 나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 달이 지나고 이제 다른 회사로 지원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그동안 집안일과 공부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당장 준비하게 된 게 제주도 여행이었다. 앞으로 언제 또 이렇게 여유롭게 쉴 수 있을까 싶을 생각에 바로 여행을 계획했고 혼자 여행을 반대하는 부모님과 다행히 휴가를 잠깐 낼 수 있는 남자 친구 덕분에 남자 친구와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여행을 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았다. 물론 지원을 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노력했기 때문에 나에게 주는 보상이 해주고 싶었다. 쉽게 말해서 놀고 싶었다.


조식 뷔페를 혼자 가보고 바다를 보러 드라이브를 떠났다. 미술관을 혼자 가보고 남이 찍어주지 않아 혼자 어떻게든 움직이는 동물과 사진을 찍었다.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고 보고 싶은 걸 몇 분이고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는 게 꽤 자유롭고 즐거웠다. 그리고 제주도 여행도 즐거웠다.


지금은 어떻게 되던지 간에 일단 지원을 하는 중이다. 어차피 지원은 공짜라고 하던데, 그 무료 이용권 여러 번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관심 없던 알람을 확인하고 지나쳤던 전화를 지나치지 않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서류합격과 불합격 사이를 오고 가는 중이다. 물론 불합격하게 된 곳이 워낙 대기업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백수 두 달 차. 점차 늦어지는 기상 시간에 짐짓 놀라기도 하면서 나에게 언제 또 이렇게 느긋하게 출근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싶다. 지금도 직장 다닐 때는 생각지도 못할 새벽 글을 작성하고 있지 않은가. 조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언제든 쉬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던 나 자신을 믿고 있어 조급하지 않다.


그리고 글을 마치면서 나에게 소소한 기쁨이 생겼다는 걸 말하려고 한다. 사실 이게 내 백수 생활 동안 가장 특별했던 이벤트이기 때문에 지금 상당히 기분이 좋은 상태다. 블로그 수익이 생겼다. 비록 츄파츕스 하나 사 먹지 못할 소소한 수익이라 엄마도 도대체 언제 의미 있는 수익이 되냐고 물어볼 정도이긴 하지만 즐겁다. 하고 싶은 일을 예전처럼 미루지 않고 시작했고 그게 드디어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 같아 뿌듯하다. 아무튼 그동안 글을 꽤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데 이렇게 근황을 알리게 되어서 좋다. 전처럼 자주 글을 쓰진 않겠지만 가끔 근황을 알릴 공간인 이곳으로 얼굴을 들이 밀 예정이다. 그럼 이만.


** 갑자기 생각이 난 건데 미라클 모닝은 안 맞는다. 네시에 자면 잤지. 내가 그렇지 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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