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규 May 06. 2023

전 회사의 근황을 듣게 되었을 때,

지났지만 여전히 남은 감정

지난 회사에서 언젠가 나의 상사는 '지원자의 입장에서 회사에 지원하고 입사하는 이유들'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 나는 짧은 고민 뒤에 '거리'가 가까워서라고 했다. 정말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살고 있던 곳과 불과 10키로 남짓한 거리에 위치했고 지하철 역과도 가까웠기 때문에 출퇴근하기에 정말 좋은 위치에 있던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차를 가지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교통이 복잡하고 지하철을 이용한다 해도 한 번 이상의 환승을 해야하는 곳이다. '입사를 위해 필수로 고려해야할 요소'였던 '거리'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였다. 


최근 내가 퇴사하게 된 이유였던 사람이 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전히 그 사람의 이름 석자에도 모든 부정적인 감정부터 들었기 때문에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땐, 진심으로 '지X. 끝까지 지X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끝까지 회피로 일관하는구나. 내가 힘들었던 것만큼 끝까지 그 소속 안에 남아 여러가지의 이유로 스트레스 받고 고통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얼마 가지도 않아 그 상황을 벗어났다는 말에 괜히 억울하다는 감정이 도졌다. 결국 눈앞에서 내가 사라져줬는데 뭐가 힘들다고 나가는거지?


그 소식을 듣고나서 한달이 지났다. 여전히 그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다. 여전히 힘들었으면 좋겠고 편하게만 지내지 않았으면 싶다. 내가 등떠밀린 퇴사를 했을 때 포기했던 모든 걸 배로 겪었으면 한다. 물론 그럼에도 퇴사한 이유가 그 사람에게도 편한 선택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도 한 회사의 일원일 뿐이었고 나보다 나은 직책이었을 뿐 회사의 거지같은 룰 아래 발목 잡힌 사람 중 하나였을테니까. 그냥 나보다 좀 더 유연했고 그 거지같은 룰이라도 본인에 맞게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회사의 입장에서 나보다 더 붙잡아야 할 사람이었을테니까.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미화된다고 좋았던 경험도 많았다. 지금 회사에서 그때 배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니까. 아직은 잘 지내지 않았으면 싶은 생각이지만 시간이 흘러 나도 그와 같은 상황에 놓여지면 지난 행동들을 이해하고,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당분간 글을 안 쓸 거 같았지만, 오늘도 주저리주저리 여전히 남은 전 회사에 대한 감정들에 대해 떠들어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기초가 더 힘들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