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쓰는 근육을 길러야 합니다.
매일 한 문장씩이라도 쓰는 훈련을 하세요.
브런치 알림이 띵똥 들어왔다. 내가 글 쓰지 않은 기간이 벌써 보름이 되었다는 얘기다.
매일 쓰기도 했었다. 꼭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일기를 끄적거리거나, 다이어리에 메모를 남겨 두거나 하는 것으로.
몇 년 전 어느 날 내가 누구랑 무슨 메뉴로 밥을 먹었는지, 전기밥통 패킹은 언제 교체했었는지, 침대 매트리스는 몇 년 전에 구매했었는지. 사무실에서 신고 있는 실내화는 언제부터 나와 함께 했었는지. 저장 강박증처럼 과거를 꾸역꾸역 저장하려고 애썼었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어떤 특정한 날에 내가 무언가를 했다는 기록은 대충 언제쯤 될 것 같다가 가늠이 아니라 확실한 기간을 제시해 주곤 했는데. 그것이 나는 좋았다.
정확함.
그것은 내가 가지지 않은 완벽함이나 철저함과도 이웃하는 듯해서 나름 그것으로 나의 핸디캡이 충족되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정확하다는 뜻을 잘 모르겠다. 한평생 빨강으로 알고 있던 색을 다른 사람들이 노랑, 파랑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너는 대체 무슨 색이야? 하고 내가 알던 빨강에게 기막혀하며 캐묻고 있는 상황만 같다. 그와 함께 빨강 옆에 서있던, 올바르다. 반듯하다. 이게 맞다. 와 같은 아이들도 너 진짜 뭐야? 하고 묻고 만 싶어 진다.
학생은 반드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이길로 가는 게 올바른 길이다. 아이가 참 반듯하다. 맞아! 답을 정확하게 맞혔어!
인생을 반쯤 살았으니, 지금부터의 반은 내가 이제껏 알고, 믿고 있었던 모든 것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듯하다.
나는 지금 여유를 가지고,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서, 무언가를 결론짓고 확정 지어 글을 쓰기에 점점 더 머뭇거려진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과 표정과 말과 신념은 누군가에겐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