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어떤색이었든, 적당히 그렸으면
그는 새하얀 도화지를 너무 아꼈고,
시덥지 않은 실력으로 도화지를 헌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결국 꺼내든것은 하얀 색연필..
열심히 최선을 다해 그렸지만
잘 보이지 않았고,
결국 어떤색이었든, 적당히 그렸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그림 by 일리
독백에 가까운 발표였다
전략과 매력이 없고
청중이 보이지 않는 눈을 뜬 내가 있을 뿐
단단히 긴장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바보같이 다음말을 생각해야 할때에
아주 긴장해서 모든것을 잊어버리는 기분이란 어떨까에
집중하고 있었어
그래서 사실은 별로 긴장하지도 않았고
해야할말을 잊지도 않았는데
순간순간 머리가 빈듯한 말을 하는 나를
넌지시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내가 있는거야
그순간 발표가 끝났어
실망했고 화가났지
나는 먼가 한술 더 뜨는 상황을 좋아하는데
그때엔 항상 먼가 더 큰 것을 잃는다
결국 내 삶은 그렇게 또 손익을 맞춘다
때로 지나친 완벽주의는 무언가를 쌓아가는데 독이된다.
글자 한쪽을 쓰면 그다음 장을 이어갈수 없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겨우채운 한쪽을 찢어 버리고야 마는 아이
그럼 다시 노트는 새하얀 완결성을 회복하고
그게 차라리 좋아보였다. 나의 어린시절이다.
우리의 많은 부분이 그렇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뇌의 회로가 마비된다.
그럭저럭 했으면 보통은 갔을지도.
후회하는 상황이 올때가 있다.
나는 에너지 충만한 시절, 너무 많은 애를쓰다,
건강을 간과하고, 이상을 흘려보냈다.
엉성한 노트를 찟는 어릴적 완벽주의가
젊은 시절 너무나 집중하고 생각하고 이루는 계획성으로 이어졌고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20대를 견디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그 젊음은 아예 가지 않던 제2의 길을 선택하고 만다.
물론 그것도 시나리오에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몇년도 전에 지나친 길이라 다시 돌아가야만했고,
상상했던 계획과도 역시나 많이 달랐다.
지금은 안다.
완성도라는것은 떡잎부터 볼성부른게 아니라는것
콩알같은 가능성이 어떻게 자라나느냐, 또 어떻게 구체화 되느냐
뭉뚱그렸던 부분은 좀더 선명히, 작던부분은 좀더 길게
시간과 노력으로 후에 채워질수도 있다는것
때론 영양이 충분한데도 비가 안올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고는 되려 홍수가 올수도 있다.
타이밍이란것은 그렇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자라가는것이 삶이라는것
막히는 큰가지가 있으면 옆가지라도 펼치며 살아갈수 있다는것을
다시금 느끼는 인생의 중년.
일리의 RE-Cre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