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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진짜 총알이 된 총알배송

(시론)진짜 총알이 된 총알배송


우리가 편히 잠든 사이에도 수많은 일터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그중 더 빠른 배송을 위해 한밤을 내달려야 하는 배달 노동자들이 있다.

 

이달 13일 새벽 배송을 하던 쿠팡 배달 노동자가 업무 중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발견당시 쓰러진 고인의 머리맡에는 미처 배달하지 못한 택배상자 3개가 놓여 있었다. 그의 근무시간은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였다. 총알배송이 진짜 사람을 죽이는 총알이 된 것이다. 사망 노동자가 일했던 쿠팡 퀵플렉스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로 1톤 트럭을 보유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와 퀵플렉스간의 계약을 통해 배송을 업무를 맡기는 간접고용 형태의 원·하청 구조였다.

 

이는 자본의 권리만 적극 보장되고 책임은 면피되는 나쁜 제도이지만, 합법이라는 이유로 반복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고 김용균군의 산재 사망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원·하청 구조로 인해 책임 주체 규정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자본 이익 추구가 최고의 가치가 된 일터에서는 더 이상 근로시간, 적정임금, 안전한 노동환경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은 별 의미가 없게 된다. 오로지 더 많은 사람을 갈아 넣어 더 큰 이익을 만들어내는 자본편에 선 착취의 논리만 존재하게 된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도와 법을 기반으로 한 국가 주도의 관리 감독이 사라진 노동현장은 죽어서야 쉴 수 있는 장시간 연속 노동과 불합리한 임금 그리고, 극한의 업무 상황 속에서도 냉난방 권리조차 요구할 수 없는 위험하고, 불쾌한 작업현장같은 것만 존재하게 만든다.

 

 현재 우리는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국가 최고 지도자가 등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과 정부는 노동개혁을 국정 운영 전면에 내세우며, 노동자 권익 보호의 최소 보루인 노동조합마저 이권 카르텔 최정점에 있는 적폐로 규정하고 타도를 외치고 있는 지경이다.

 

 OECD 국가들 중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를 제외하고, 최장 시간 노동을 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제 이마저 세계 최고 국가가 되어보겠다는 심보인지는 대통령과 정권이 그토록 외치던 ‘자유와 법치’는 유독 노동현장과 노동자를 향해서만은 제대로 작동 되지 않는다. 대신 노동을 향한 각종 ‘억압과 편법’은 수시로 난무하고 있다.

 

 이미 라이더, 택배 등 배달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노동자가 이미 됐지만, 역설적으로 고용과 소득 불안정 등 매우 위험하고 열악한 나쁜 노동의 새로운 영역을 차지하게도 되었다. 이런 열악한 노동 환경의 주원인 중 하나가, 이들 배달 노동자들이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계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고를 당해도 배달 물품을 먼저 걱정해야 하고, 배달 속도 경쟁 때문에 더 위험하고, 더 많은 운행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거기에 배송 시간 체크와 만족도 평가 같은 데이터 도출의 용이성은 공정한 평가로 포장된 채 일할 자격을 뺏거나, 줄이는 협박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최소 권리 요구마저 옥죄는 도구로 활용된다.

 

현재 우리는 플랫폼 산업의 성장을 미래 사회로의 전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 비약적 성장의 이면에는 플랫폼들의 속도와 편리를 내세운 마케팅 활동을 위해 사람 목숨마저 당당히 내놓으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업들이 자행하는 교묘한 착취를 막고, 사람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전환 시킬 책임이 정치와 국가 권력에 있다. 제대로 된 법 마련과 제도 정립이 시급하다.

 

이런 차원에서 생활물류서비스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배달 노동자 보호 의무화를 위해 ‘배달 사업자 등록제’를 도입해야 하자. 별점 평가 등의 방식으로 공정을 가장한 배달 노동을 통제하는 알고리즘의 운영 방식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보를 공개하도록 제도화 시켜야 한다. 과도한 배송 업무량에 대한 규제 범위를 설정하고, 배달 노동자의 최소 소득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정교한 임금 규칙이 제정 되어야 한다. 이런 새로운 법 개정을 통하여, 배달 노동자들의 일자리 안정성과 생명 안전이 보장 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가 본연의 역할과 다른 정치 세력과의 협치를 버리고 대립적 공생 관계로 자기 몫만을 챙기고 있는 사이 수많은 민생의 문제가 외면되고 있다. 제도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은 생사의 위기로 내몰리고 많은 불행한 시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일하러 나가 주검으로 돌아오는 사회에 더 좋은 미래는 없을 것이다. 분노한 민심의 심판이 있기전에 각 권력 주체들이 제대로 각자의 역할에 진심을 다하기를 바래본다.

 

 박창진 바른선거시민모임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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