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앵무새가 떼를 지어 노니는 신기하고 이색적인 독일 풍경
토끼굴에서 보이는 풍경은 참 신기했지요.
유럽풍의 대도시... 기차역이 보였고 역 광장 앞에는 키가 큰 미루나무 두 그루가 서 있지요.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면 가지와 잎사귀가 가볍게 하늘거리며 아는 척 말도 하고 인사를 하고는 하지요.
앵무새들의 날갯짓과 거친 소리는 작은 새들에게 있어 횡포에 가까웠지요. 이를 못 이기는 작은 새들은 전쟁터 피하듯 앵무새들에게 자기들의 쉼터를 마지못해 내어 주어야만 했지요.
앵무새들은 아주 예쁘고 우아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요. 밖으로 보이는 모습과 횡포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기 때문에 앵무새들의 횡포는 작은 새들에게 더욱 크게 느껴졌지요.
어렸을 적 TV속 "동물의 왕국"이나 "타잔"의 한 장면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이델베르크 중앙역 광장 앞, 트램과 버스가 정차하는 정거장에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있어요.(미루나무인지 플라타너스 나무 인지 잘 모르겠어요.)
해가 저물면서 땅거미가 내려앉고 어둑어둑 해 질 무렵이면, 어디서 오는지 예쁘고 우아한 앵무새들이 수없이 떼를 지어 이 나무의 품으로 날아들기 시작하지요. 이 나무를 하룻밤 묵어가는 숙소로 사용하는 것 같아 보이지요. 자주 머무는 것은 확실한데 보이지 않는 날도 분명히 있어 보이니 정기 숙소(?)가 아닌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이지요. 추운 겨울에는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볼 수가 없으니, 날씨가 따뜻한 때만 도시에 머물면서 이나무를 숙소로 사용하는 듯해요.
앵무새들은 몸집이 크기도 하지만 참 예쁘고 우아해 보이기도 하지요.
야생 앵무새는 아프리카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막연하게 알고 있었는데, 유럽(독일) 도시 한복판에서 떼를 지어 살고 있는 것을 보니 참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 짝이 없지요.
소문에 따르면, 새장에 키우던 앵무새가 탈출(escaped) 했거나 누군가 의도적으로 놓아준 것(released)이라고 해요. 새장을 나온 앵무새들이 이후 번식해서 이렇게 많이 늘어났다고 하네요. 1967년경에 처음으로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해요. 지금은 8500마리 정도가 뒤셀도르프(Düsseldorf), 쾰른(Cologne), 본(Bonn), 비스바덴(Wiesbaden)과 하이델베르크 지역에 야생으로 서식한다고 해요.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기도 하네요.
재미있는 것은 다시 사로잡아서 가르치면 말을 배울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고 하네요.
어렸을 적 새를 좋아해서 십자매, 금화조, 잉꼬 같은 새를 길러 보라고 어머님께서 사주셨던 기억이 새롭네요. 새를 워낙 좋아해서 야생 참새나 다른 새들을 잡겠다고 들로 산으로 쏘다니던 개구쟁이 시절 기억에 웃음이 나오네요. 나중에 기회되면 큰 앵무새를 정말로 길러보고 싶네요.
어른들이 개구쟁이를 볼 때마다 하시던 말씀...
"네가 새를 잡겠다고..."
"새가 너를 잡겠다."
토끼를 쫓다 길을 잃은 앨리스처럼 환상적이고... 황당무계한 상상들을 마음껏 즐기면 되는 일이지요.
상상의 한계는 혼자만의 비밀이고요.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리 들으면 안 되니까...)
앵무새(Lory) 한 마리를 잡아 말을 가르치는 상상 속...
"자... 따라 해 봐."
"Was it a cat I saw"
앵무새가 대답한다.
"소주 만병만 주소"
요놈의 앵무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