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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히려 더 좋다 Oct 14. 2023

독일 마을: 흰 구름과 미루나무 한 그루

가까이 있는 나무와 하늘의 흰 구름에서 편안함과 위안을 느껴보세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던 어느 가을 토요일...

여느 주말처럼 아내와 아침 산책을 나섰지요.

동네 단골 베이커리에 들러 따듯한 커피 한 잔과 크루아상 한 개씩 주문하지요.

막 구워 나온 크루아상 온기와 고소한 향기가 군침을 돌게 만들지요.

크루아상 맛의 진수는 막 구워 나온 그 순간에 있는 것 같아요.

이때를 놓치면 적당한 온기에 그 온전한 바삭바삭함을 느낄 수가 없어 보여요.


주문한 것을 받아 들고... 잠깐 참아만 했지요.

소꿉놀이(?) 아침을 즐기러 강가 비밀(?) 아지트로 이동해야만 하니까요.

일분 밖에 안 걸리는 곳에 있어요.


아지트에 도착해서 한입 베어 무는 고소한 크루아상과 따뜻한 커피 한 모금...

이 순간만큼은 하루 행복의 조그만 시작으로 어떤 다른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지요.


항상 아지트로 오는 이유는 아주 작은 데에 있지요.


풍경이 주는 아주 자연스러운... 편안함 때문이지요.

싱그럽게 푸르른 잔디공원... 뒤쪽으로 하늘과 부드러운 선으로 경계를 나누고 있는 여유로운 산...

하늘과 흰 구름... 조용히 흐르는 강....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풍경으로는 최고 중에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요.


그냥 바라보는 그 자체로 좋았지요.

이유를 찾는다는 것이 의미가 없어요.... 어쩌면 우스운 일이지요.


편안한 배경에 방점을 찍는 듯... 미루나무 한 그루가 웅장하게 우뚝 서 있지요.

어떤 종류 나무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미루나무로 간주하기로 했어요.

우리에게 어떤 종류의 나무인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어요. 나무의 존재 자체가 주는 의미가 더 컸으니까요.

나무의 나이가 수백 년은 되어 보이지요. 나무 둥치와 가지가 주는 분위기에서 엄청난  세월의 경륜이 느껴졌으니까요.


우리나라 시골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지요.

어떤 말이라도 사랑스러운 미소로 조용히 들어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그런 느낌이었지요.


일상에서 지켜 달라고... 항상 평화와 축복 속에 살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지요.

마음이 포근하고 든든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다 할 수 있으니까요.


골치 아픈 일에 대한 답을 구하지는 않았어요.

상담을 하고 소원을 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나중에... 나중에... 세월이 흘러(많이 흘러) 다시 하이델베르크를 찾았을 때, 제일 먼저 찾아와서 인사할 곳이 정해졌지요.


아내와 손가락 걸고... 지장 찍고... 팩스로 카피해서 보냈어요. (아시지요? 약속할 때 하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하늘에 뭉게구름... 양떼구름...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네요.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도 아름답지만... 하얀 구름이 만들어 내는 풍경도 그에 못지않지요.


뭉게뭉게 하얀 구름이 피어나는 모습을 그냥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지요.


구름 형상 속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지요.


재미있는 모습과 때로는 장엄하기도 한 모습이  숨겨져 있기도 하지요.

푸들 강아지, 코끼리, 말, 곰, 독수리 같은 동물이 보이기도 하지요. 심지어 격렬하게 전투를 벌이는 고대 그리스 전차와 병사가 만드는 대서사시의 일부가 보이기도 한답니다. 해를 가리는 구름에서 동그란 해를 눈으로 가진 무시무시한 용과 이무기가 보이기도 하고요. 누워 있는 털 북숭이 거인의 얼굴과 아기천사의 모습을 한 구름이 보이기도 하지요. 뭉게구름이 짙게 긴 하늘을 바라보며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재미가 혼자만의 소소한 재미이기도 하지요. (너무 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으로 이해 부탁드려요.)


미루나무와 흰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포근해지지요.

일상의 근심과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멀리할 수 있지요.

 잔잔한 미소와 마음의 여유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요.

일요일 미사 끝나고 집으로 향할 때 가벼운 마음과 발걸음이 이와 비슷한 기분이에요.

뭔가 마음속 때를 벗겨내고 마음이 뽀송뽀송해졌다고나 할까요.


아내한테 한 소리 들을 것 같기는 하네요.

어디 그래도 미사에 비교하느냐고.... (그래도 할 수 없어요. 가장 비슷한 기분이니까.)

강가에  있는 미루나무와 편안한 풍경.
웅장한 미루나무와 흰 구름이 떠있는 하늘이 포근하고 정겹다.


요즈음 국내외적으로 혼란스럽고 슬픈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네요.

하루빨리 안정과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도합니다.


혹시라도 걱정거리나 스트레스가 좀 있으신가요?

잠시 밖으로 나가셔서... 하늘, 나무(숲) 한 번 보시고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껴보세요.


루도비코 아이나우디(Ludovico Einaudi)의 흰 구름(Nuvole Bianche)이라는 곡을 첼로로 들어 보세요.

시각적 흰 구름이 청각적으로 다가와 어두운 마음을 하얗게 만들어 주네요.

잠시나마 모두 편안과 위안을 얻으셨으면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JPCzbpLyg

루도비코 아이나우디의 흰 구름 첼로 곡, 편안함과 위안을 준다.


모든 이들이 행복한 하루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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