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너무 맛있어서.

오늘의 밥심 4. 사과

by 오늘


사과가 너무 맛있어서.

그냥 보내기가 아까웠습니다.

서둘러 깨끗하게 씻어 통에 담아 가방에 넣어 주었습니다.

"사과가 너무 맛있어서 어쩔 수가 없어"

아들이 아니라. 우리 남편에게 말입니다.

(남의 남편에 쓰는 단어이지만 이것은 우리 집만의 애칭입니다.

우리는 서로 부인과 남편이라 부릅니다.)


사람이 예쁘면 뭐든 해주고 싶지요.

'예쁘다'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듬직하고 커다란 남편입니다만,

아버님을 닮아 행동이 귀엽고

어머님을 닮아 하는 말이 참 예쁩니다.


그런 남편에게 매일 싸주지는 못하지만,

한 번씩 도시락을 싸서 보내주는 날이 있습니다.

뭘 싸줘도 잘 먹었다는 말과 함께

맛있었다는 표현을 빼먹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사소하지만 이런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다음에도 도시락을 싸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예쁜 말의 힘입니다.


**


이런 예쁜 말들을 어디서 배웠을까 하는 궁금증은

결혼하고 얼마 안 있어 바로 풀렸습니다.

말 한마디를 해도 기분 좋게 해 주시는 시어머님을 보고 말이죠.


어머님의 음식..

그래요.

맨 처음 시댁에 놀러 갔을 때부터 상차림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새우튀김과 잔치국수가 메인이었던 그 동그란 식탁에는 빼곡하게 곁들일 음식들이 가득했습니다.

밥 한 끼 먹고 가자던 남편의 말과는 사뭇 다른 상차림을 보고 당황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어머님의 미소였습니다.

처음 보는 남의 집딸이 뭐가 그렇게 귀하다고,

어머님은 잔치국수 하나에도 온갖 고명을 넣어 차려주셨습니다.

'잘해보려고 욕심부렸는데 맛이 있니?'라는 겸손한 말씀과 함께.


이번 추석에는 낙지탕탕이가 먹고 싶다는 해산물파 손녀를 위해

직접 낙지를 두드려 탕탕이를 해주시고,

시누이네에서 먹었던 양념게장이 너무 맛있었다면서 똑같이 만들어 나눠먹었지요.

'너희한테도 해주고 싶었어'라는 고운 말씀과 함께요.


오늘 사과한쪽을 내밀면서 나도 예쁜 말을 생각해 봅니다.

"사과가 너무 맛있어서 어쩔 수가 없어, 하나만 먹어봐~ "

이렇게 말하면 사과를 별로 안 좋아하는 우리 딸내미도

마지못해 하나 먹어봅니다.

"음!! 진짜로 새콤달콤하네!"라고 (아직까지는) 말해줍니다.

만족스러운 리액션에 미소가 절로 머금어집니다.

이런게 행복인가봅니다.


어느 부모든 자식에게 좋은 것은 다 주고 싶지요.

요즘 세상에 물질적인 것이 많이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물려줘야 하는 건 이런 말들이 아닐까요. 말하는것도 듣는것도 공짜니까요 !

좋은 말들을 계속 받다 보면 나도 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 욕심이 아이들에게 가고, 대대손손 좋은 말을 물려주며 행복하게 살길 바라봅니다.


좋은 말은 언젠가는 효과가 날 겁니다.

그게 언제든요.

다 커서 만난 고운 어머님을 보며 '참 예쁘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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