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너무 애틋해

오늘도 밥심으로 삽니다. 5) 애틋한 밥상

by 오늘


"나는 내가 너무 애틋하거든.

나란 애가 제발 좀 잘 됐으면 좋겠는데. "

- 드라마 <눈이 부시게>


"나는 내가 좋아.

나는 내가 좀 더 괜찮아지길 바라는 거지.

난 여전히 내가 애틋해. "

-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


드라마를 평소에 많이 보지 않기에, 참 신기합니다.

두 드라마 모두 김혜자 배우님이 나오셨었고,

두 작품 모두 '애틋한'이라는 저 표현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거든요.


‘애틋하다’는 건 소중하고 간절하며,

마음이 짠하게 느껴지는 상태라고 하죠.

정서적으로 누군가를 깊이 아낄 때, 그리고 지나간 시간이나 잃어버린 것을 떠올릴 때 생기는 마음입니다.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는 더 괜찮아지고 잘 되길 바라는데 안타까움이 섞인 표현이죠.

그런데 그 대상이 남이 아니고 ‘나’이기에

신선하고 놀랍습니다.


나라는 게 간절할것도 아니고,

나는 아련하기엔 또 애매하고,

그렇다고 내가 짠하다기엔 너무 슬픈,


그 어딘가의 감정을 이 ‘애틋하다’는 단어가 절묘하게 표현해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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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내가 참 애틋합니다.

예민한 감성으로 여태껏 잘도 살아오고 있구나 싶습니다.

아이들이 나의 예민함을 본받지 않았으면 싶고,

받지 못했던 종류의 사랑을 주고싶어 애를 쓰고,

남편에게는 무던하게 잘해주려 노력하는,

일상에서 이토록 최선을 다하려는 내가 참으로 애틋합니다.


밥심이라는 주제로 돌아가보면,

이런 애틋한 나에게 밥을 먹일 때

좀 잘 차려주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거창한 외식도 아니고 엄청 맛있는 음식은 아닌데요, 그러니까 그냥 집밥을 말입니다.


전날 남은 반찬을 그냥 내놓고 먹는 것보다는

그릇에 한 번이라도 더 담아 먹는 수고로움,


추운 날 그냥 전자레인지에 덥혀먹는 맨밥보다는

작은 뚝배기에 찬밥을 데워 나름의 돌솥밥 비슷한 것을 만들어 먹어보는 거죠.


옆에 국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된장국이든 계란국이든 간단히 끓여내면,

나름 한상이 차려집니다.

이렇게 차려진 밥상을 보면 ‘뿌듯’ 합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밥심을 받아 훌쩍 큰 나는 ,

이제는 홀로 나를 위해 밥심을 줄 수 있습니다.

참 대견합니다.

언제든 내손으로 뚝딱 한상을 차려낼 수 있습니다.

이런 내가 든든합니다.


혼자 먹는 점심에도 사소하게나마 나를 챙겨주면

나는 우리 가족을 더 잘 돌볼 수 있게 됩니다.

그저 잘하려고만 하면 금방 지치기 마련입니다.

스스로를 잘 챙길 수 있어야 남도 잘 챙길 수 있지요.


그러니 혹시 어디선가 홀로 밥을 차려먹는 당신이 있다면,

한 번쯤은 자신을 위해 예쁘게 밥상을 차려보세요.

물론 나 한 끼 먹자고 저 그릇들을 다 꺼내는 것 유난스럽죠,

설거지도 귀찮죠.

그렇지만 하루정도는 괜찮잖아요.

그 한 끼가 큰 힘을 줄 겁니다.

분명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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