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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불닭순한맛 Aug 13. 2023

한드 #4. D.P. 시즌1,2

2021,2023년 넷플릭스 방영, 6부작, 주연:정해인/구교환/김성균

D.P시즌1


디피 시즌1이 재작년에 나왔을 때 군 생활의 리얼리즘을 담은 드라마라며 특히 내 주변 뭇 남정네들은 입에 침을 튀겨가며 꼭 봐야 한다고 열을 올렸던 기억이 있다. 그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청개구리인 나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가 이번에 시즌 2가 나오면서 몰아 정주행을 했는데... 

'오와! 드라마. 생각보다 괜찮은데? '


일단 정해인의 변신.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본 정해인 배우가 나온 작품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였다. 손예진과의 케미가 좋았기도 했지만 거기에서의 정해인은 정말 멜로에 특화된 잘생긴 옆집 동생 같은 이미지였는데 여기에서는 힘겹게 살아가는 청춘으로 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캐릭터를 소화해 낸다. 오히려 그가 이런 풍파를 겪는 역할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액션 왜 이렇게 잘해? 

부분적으로는 대역을 썼겠지만 정해인 몸이 이렇게 좋았나? 싶었다. 


군대로 도피한 안준호 일병은 군대 내 다양한 형태의 가혹행위를 겪고 본다. 


D.P. 는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탈영병을 체포하는 대한민국 육군 군사경찰인 군탈체포조 D.P를 소재로 한다. 안준호(정해인)는 헌병으로 입대하자마자 범상치 않은 눈썰미로 상관 박범구(김성균) 수사관 눈에 띄어 끔찍한 내무반 생활에서 벗어나 군탈병을 체포하는 D.P조로 보직이 변경된다. 매사 침착하고 다소 시니컬 하지만 선임 한호열(구교환)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점차 이 일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게 된다. 



시즌 1,2를 통틀어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는 바로 안준호와 한호열의 케미

한호열은 자유분방하고 능글맞아 잘못 빠지면 딱 사기꾼 하기 좋을 입담과 잔머리의 소유자지만 누구보다도 진정으로 군탈병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올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는 인물이다. 구교환 배우가 정말 만화에서 튀어나온 인물처럼 찰떡같이 소화했다고 본다. 


이 둘은 극강의 케미를 자랑하며 다양한 이유로 군대 담을 넘어 꽁꽁 숨어버린 탈영병을 체포하는 이야기가 시즌1에선 다채롭게 펼쳐진다. 그들이 체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한 부분도 있지만 그 수많은 탈영병들이 왜 이토록 군대를 탈출하려 했는가? 에 초점을 두고 드라마를 보다 보면 극도로 마음이 무거워져서 애써 그쪽으로 집중하지 않으려고 했던 마음도 있었다. 특히 이 드라마는 군대 내 벌어지는 가혹행위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현장르포와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믿기지 않을 만큼 지옥 같은 군대생활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들의 든든한 백업. 박범구 담당수사관. 

김성균 배우도 마스크에 여러 가지 캐릭터를 담을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 연기가 늘 기대된다. 억울하게 죽은 병사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싸워내는 강직한 군인. 이 사회에도 이런 사람이 한 명은 있겠지? 

준호와 호열이 열심히 군탈영병을 쫓고 있을 때 마음씨 착한 준호 맡선임 석봉은 도저히 참아내기 힘든 군대 내 괴롭힘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가고 있었다. 그중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선임 황장수가 제대하던 날 석봉은 마음을 먹고 탈영을 시도하는데...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안타까웠다. 헌병대장은 자신의 책임 하에 있는 부대 내에서 탈영병이 생기면 승진에 악영향이 생길 것을 감안. 무장한 특임대를 꾸려 조석봉을 적으로 간주하고 필요할 경우 사살까지 하도록 명령한다. 겨우 조석봉을 찾아 마음을 움직여 어떻게든 데리고 가려는 D.P. 의 노력이 무색하에 조석봉의 마음이 움직이려던 찰나, 특임대가 들이닥치고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던 조석봉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드라마의 많은 부분이 사실에 근거한 고증이 잘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그 점이 놀라웠다. 이게 모두 다 사실이라고?

지금 군대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라고?

어떤 분들은 이건 새발의 피.라고 할 정도로 군대 내 가혹행위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군대라는 특성상 그 조직의 폐쇄성과 젊디 젊은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훈련하는 고된 장소이니만큼 엄격한 군율과 통제가 필요하다고는 생각되지만 이렇게 비인간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환경은 이제 그만 근절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적으로 꼭 잊지 말고 해결되어야 할 이 세상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꼬집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의미가 크다고 여겨진다. 





D.P. 시즌2



시즌 2는 시즌 1에 이어서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이 네 남자의 분투가 그려질 예정이라는 사실을 포스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시즌 1 리뷰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던 대세 손석구 배우. 


사실 손석구는 시즌 1에서 임지섭 대위로 나왔는데 처음에는 완전 자신의 이익밖에 모르고 오로지 승진에만 목매는 전형적인 인물로 비호감이었다. (비호감이어도 잘생긴 건 여전) D.P. 조와 박범구 수사관과 첨예한 갈등을 빚어 왔지만 마지막 조석봉의 죽음으로 인해 조직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되며 각성하게 된다. 

시즌 2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캐릭터로 오히려 D.P. 편에 서서 끝까지 정의감을 불태우는 인물로 나오게 된다. D.P. 통틀어 가장 캐릭터의 변화가 큰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D.P. 시즌2에서는 확실한 캐릭터를 가진 새로운 등장인물과 좀 더 확장된 스케일의 군 내부 조직의 부조리를 담은 이야기로 외연이 확장되고 무게감도 확실히 깊어진 점이 인상적이다. 


오랜만에 등장한 지진희 배우는 육군본부 법무실장으로, 김지현 배우는 국방부 검찰단 작전과장이자 임지섭 대위의 전처로 등장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반전시키는 키카드로 등장한다. 


어떤 조직이나 부조리는 있겠지만 누군가의 이기심으로 인해 덮이는 진실, 그리고 그것에 동조하는 자, 방관하는 자 또한 모두 가해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요즘 연일 뉴스에서는 묻지 마 살인이나 말도 안 되는 갑질로 인해 목숨을 잃는 피해자들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흉흉해졌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풍요 속 빈곤이란 이런것일까?

과거에 비해 분명 문명은 발전하였으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은 오히려 피폐하다. 경제적으로는 점점 어려워지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하지 못한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지구 온도는 말도 안되는 속도로 빠르게 올라가 이대로 가다간 지구멸망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게 될 현실로 닥칠 것만 같은 불안한 오늘날. 어찌 되었든 이 시절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인간들은 어떤 마음가짐과 정신으로 버텨내야 할 것인가? 인간인 우리가 인간성을 회복하고 몸과 마음과 정신의 건강을 회복하며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 


이럴 때일수록 인간이 지켜 나가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과 양심. 선(善)으로 향하는 정진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  

너무도 요원하고 한가로운 이야기일지 몰라도 

BACK TO THE BASIC . 


요행과 술수를 바라지 않았던.

씨를 뿌리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았던 농사꾼의 마음가짐. 

자연의 섭리를 따라 순응해 살아갔던 그 시대의 사람들과 같은 마음이 나도 뭔지 가늠은 안되지만 

이제는 과거의 그들이 역사 속 새겨놓은 현자들의 유언처럼 남아있는 과거의 말들을 흘려 보낼 때가 아닌 것만 같다. 인간으로서의 기본. 기본을 살리고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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