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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Dec 30. 2023

꽃길만 걷자의 꽃이 가진 이야기

우리는 고통 속에서, 힘들었던 사람에게 또 힘든 사람에게 말한다.


이제 꽃길만 걷자.

너무나 멀고 와닿지 않은 말이다. 나는 현재 고통스러운데, 꽃길이라는 의미는 고통과 다르게 따뜻하고 향기롭고 아름답게 느껴지니 괴리감이 크다.

그러다 문득 꽃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꽃길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꽃길만 걷자의 의미에 대해 말이다.


꽃길이 만들어지려면 꽃과 꽃, 모두 모여 하나의 아름다움과 장관을 이룬다. 사실 이 안 속 내면에 고통들이 모여한 결과를 만들었다.


한 송이의 꽃이 피어가는 과정은 꽤나 괴로움과 말할 수 없는 인내들이 모였다. 씨앗 속에서 틀어 나와 흑을 뚫고 비와 바람, 시린 날의 계절 속 시련들을 여러 차례 몇 년의 해를 보내고 자신이 가진 색상을 보이기 위해 감싸져 있던 곁 표면을 벗어내기까지 큰 고통을 이겨내야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난다. 그 과정을 반복되어 피어난 꽃들이 모여 한 공간에서 한 길이 되어 꽃이 가득히 피어난 절경이 된다.


꽃길만 걷자, 우리가 쉽게 하는 위로의 말이지만 때론 괴로움의 시간을 겪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원하는 사랑하는 한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진심은,


그 사람이 이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하고 반복하고 실패도 해보고 쓰라린 경험 속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 있다는 점이다. 과정을 겪고 아픈 사람에게 결과, 꽃길만 걷자는 말은 와닿지 않는다.


그럼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말이라도 와닿아 위로가 되길 바라고 힘이 되었으면 한다면... 가장 큰 위로는 그 과정들을 곁에서 봐주고 같이 울어주다가 "이렇게 꽃 한 송이를 하나 더 모았다." 얘기해 주기.


꽃 길은 어떤 특별함이 아니라 이 시간을 눈물로 입술 깨물어가며 버티는 사람에게 '지금 너 자체가 귀하고 아름다워서 너는 나의 꽃 길이야." 이건 나의 경험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 숨 쉬는 것만으로도 고통인 나에게 네가 걸어간 모든 길이 나에게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 꽃이 되어 향수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다.


샤넬, 디올 등의 명품 브랜드 흔히 말하는 고급 향수들이 사용하는 향수의 원료에는 가장 고통스러운 환경 속에서 피어난 꽃이 어떤 꽃들과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하고 고귀한 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람을 끌어당기게 하는 향수, 존재만으로도 나를 빛나게 하고 나를 돋보기게 하는 향수조차도 압축과 고온으로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다. 비싼 향수만큼 고통의 크기가 희소성은 크다.


당신이 지금 고통스러운데 꽃길만 걷자는 말이 와닿지 않는다면 이렇게 이해하자.


나의 고통이 누군가에게 끌리는 향이 된다고..., 당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겐 풍성한 꽃길이 되어 주고 있다고.. 나 역시 나의 고통이 누군가에게 깊은 위로가 되었다는 걸 안다. 고통이 마냥 고통인 게 아닌 내면의 깊음과 다정함 그리고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특별한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걸.. 그러니 특별해요, 나의 고통도 당신이 가진 눈물로 보낸 고통도요.


살자...., 살아내서 누군가의 꽃이 되어 주고 나의 꽃들이 사람들을 당기는 고결한 향수가 되기 위해.

때론 하루를 그냥 살다 보면 내가 걸어온 길들이 꽃길이었던 적이 많았어요. 당장 나는 어둠이었지만 뒤돌아보니 내가 걸어온 그 눈물이 꽃을 피워내는 소나기가 되어주고 힘겹게 살아내며 헐떡이던 날, 뜨거운 햇볕이 되어 시기에 맞게, 때에 맞게 꽃길을 내가 만들어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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