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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Mar 26. 2023

꿈을 꿉니다.

저 어디, 바닥의 끝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있으면 꿈꾸는 것은 늘 사치였어요. 꿈을 꾼다는 건, 내가 가지지 못한 욕망이고 그건 마치 순간의 희망이고 밝은 세상이었거든요.

제게 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 울며불며 언제쯤 이 고통의 악순환에서 끝날까 하는 소망과 같은 희미한 무언가였거든요. 꿈이 깨지면 웅크려 앉아 그 어둠은 끝났다고 이제는 안전할지 모른다고 스스로에게 알려줘야 했어요. 하지만 강렬한 꿈 때문에 현실로 돌아올 수 없을 때가 셀 수 없을 만큼 참 많았어요.

꿈꾸지 않으면 희망 같은 긍정을 바라지 않아도 된다고 그럼 기대가 깨지는 일은 없다고 매번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희망을 안고 살아보고 싶어 꿈을 꿉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게 “당신은 참 더 글로리 속 문동은 같아요.” 말을 많이 해줬어요. 저 역시 그 인물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어떤 부분에선 용기도 얻었어요. 더 글로리 작품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가해자들과 문동은들에게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동은이에게 미약하지만 작은 연대와 따뜻한 눈길들이 모아짐을 보았고 가해자들 향해 차갑고 잘못에 대해 따끔한 시선이 향했음을 보고 느끼며 생각했습니다.


아, 나도 언젠간 누군가의 손에 따뜻한 찻잔이 되어 아주 잠시라도 안도와 쉼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되어 보고 싶다.


꿈을 꾸기로 했습니다. 전 늘 아무에게도 계획을 알리지 않아요. 잘 되면 좋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시선이 싫었어요. 해낼 자신이 없는 저도 딱히 좋게 보이지 않아서 더 그럴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한 문장을 가지고 꿈을 꾸고 희망, 확신, 의지라는 긍정의 감정을 안고 노력해 보려고요. 꿈, 이제 안고 살아갑니다.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천천히 만들어보려고요. 나를 위한 적당히 따뜻한 차. 그 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챙겨 저와 비슷한 상처, 트라우마라는 틀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당한 온도로 마음을 데우고 향긋한 향으로 안정감을 주는 글들을 써볼 생각이에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마무리가 되면 이 꿈이 현실의 이야기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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