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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May 07. 2023

행복이 기다리는 자세

순간순간에 찾아오는 행복이 겁나도 두려웠다. 아무런 일도 없는 날마저 불안으로 가득했다.


이 행복이 깨지면 어떡하지? 행복으로 벅찬 나의 마음이 부서지면 어떡하지?


불안과 찾아오는 행복은 그리 행복하지도 마냥 좋지도 않았다. 오히려 행복해서 불행했고 행복한 내 모습에 괴롭기도 했다. 잠깐 행복이라는 감정에 취해 있다 예기치 못한 불행이나 슬픔을 마주한다면 어쩌나, 그저 그런 생각들로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 지나간 후에 찾아오는 불행의 일상들 사이에 숨 쉬고 있을 때마다 다음에는 어떤 행복으로 내가 웃을까? 이 생각으로 기다리고 기대하면  1% 행복이 찾아와서 웃었으니 다음엔 몇 퍼센트의 행복이 찾아올까? 나는 아무것도 몰라도 분명 지난 1%의 행복을 보고 기뻐했으니 그보다 나에게 올 또 다른 행복은 더 많이, 높은 것으로 올 거야.


행복 후에 찾아올 불행에 대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한 감정이지만 불행이나 행복이 없는 무료한 삶에서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오는 걸 기다리는 일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불행하기에 슬프고 암담하다. 행복하지 않기에 괴롭다.


그건 인간이니까 그렇다. 행복한 만큼 불행할 거라는 생각 때문에 즐기지 못하지만, 찾아온 행복을 목표점으로 두고 엄청 달리는 거야. 무기력하고 힘든 순간에 행복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있으면 긴 터널이 짧게만 느껴지지 않을까?


느린 것 중에 아주 빠르게 ‘행복’ 향해 도달하는 거지.


감정이 무서웠던 나에게,

행복도 싫고 불행도 싫었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모든 것이 편해졌다. 앞 길이 깜깜하게 보였고 지금도 그렇지만, 기다리는 마음으로 보니 마냥 죽을 것 같진 않았다. 기다리다 지치면 행복했었던 시절에 대해 회상하기 시작했다. 그때 행복하다고 느꼈던 감정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추락하던 마음이 벼랑 끝에서 겨우 잡은 나뭇가지 같았다. 꼭 잡고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역할.


과거에 축하받지 못해 생일이 죽도록 싫었던 날, 억지라도 나에게 주문 제작 케이크를 예약하고 난리법석 치며 생일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던 날,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서 보내주신 장문의 문자를 보고 작은 울림이 있어 그거 때문에 행복했던 나를 생각한다.


‘맞아, 그땐 그래서 행복했어.’


하나하나 행복하게 했던 이유를 찾아가다 보면 행복하지 않은 날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사소한 이유들로 기다릴 수 있다. 행복은 영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원하지 않은 행복이기에 가장 특별한 순간이 분명 있다. 그 특별함을 기다리면 생각보다 더 빠르게 ’행복‘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고 행복하지 않은 날들 속에서도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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