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의 퇴장

-통증이 먼저 왔다

by 하르

예약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하루 10명, 많게는 12명까지.

예약 메시지는 끊이지 않았고

상담부터 시술까지 전부 나 혼자 해냈다.

고객들은 만족했고

당연히 소개와 재방문도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목이 뻣뻣해졌다.

자고 일어나도 회복되지 않는 통증이 찾아왔다.

두통까지 생겼다


처음엔 일시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파스를 붙이고 일했다.

통증의학과도 갔고, 한의원도 거의 매일 들렀다.


“서있을 시간도 없이 일했어요.”


의사 앞에서 웃으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었다.


문제는 몸만이 아니었다.


고객이 웃어도

나는 아무 감정이 없었다.


말을 건네는 것도 버거웠고

어떤 말엔 마음이 베였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 열두 번씩 떠올랐다.

그만둘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 괴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만 40분이 걸렸다.


그날,

난 생 처음으로 내가 먼저 예약을 미루었다.


그리고 조용히 누워 생각했다.

‘이제 퇴장해야 할 시간이 온 걸까?’


그때 처음으로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봤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일했을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어떤 속도로 버티고 있었을까.


지금 나는 잠시 멈춘 상태다.

그 통증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는 네 삶을 다시 살아도 된다고.”


그래서 나는 다시 살아보려 한다.

감정을 너무 많이 내어준 나를 위해...

몸을 무리하게 내던졌던 과거를 뒤로하고

이제는 나를 중심으로 살아보리라 다짐했다.


그날 이후,

나는 내 감정과 일의 경계를 조금씩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