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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witter Dec 11. 2023

제습제

축축이 젖은 사람의 마음에 낀 서리와 습기는 어떻게 없앨 수 있는 걸까.

아침에 눈을 뜨니 공기가 무겁다.

해가 진즉 떴을 법한데도 방이 어두컴컴하다.

이른 시간에 잠이 깬 것일까,

보이지 않는 눈으로 더듬더듬 안경을 찾아 시계를 본다.

원체 해가 들지 않는 구석진 골목의 집이니 그러려니


폐를 누르는 듯한 무거운 공기에 잠이 천천히 깨는 것인지

여간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어젯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환기를 시킨다는 생각에 열고 잔 문틈 사이로,

밤새 내린 비바람에 차갑게 식은 공기가 불어 닥쳤었나 보다.


가뜩이나 해도 들지 않아 습한 집이 마치 물에 잠기기라도 한 듯 축축이 가라앉았다.

널어뒀던 빨래가 생각나 일어나 만져보니 역시나 축축하다.

깊은 한 숨을 내 쉬고 나니 문득, 그 빨랫대 옆 작은 공간이 눈에 밟힌다.

넓지 않은 방이라지만, 그 작은 공간에 웅크려 앉아 있던 너는 그때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때의 공기도 지금처럼 무겁게 느껴졌을까?


괜한 생각에 머리를 흔든다. 뇌도 함께 흔들리는 듯한 통증이 따라온다.

아무래도 감기가 걸려도 심하게 걸린 것 같다.

우선은 급한 대로 제습제부터 주문하고 얼른 몸을 씻는다.

내일은 제습제가 올 테고, 조금은 방의 습한 기운은 가셔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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