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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Oct 23. 2024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 송은

<<컬렉션의 초상 (Portrait of a Collection)>>展

피노 컬렉션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현대미술을 주로 컬렉팅하는 피노 회상이니 난해할 것이다. 


예상했고, 실제 그러했다. 


피노컬렉션 중 60점을 엄선하여 가져온 전시였는데 반은 새로웠고 반은 어려웠다. 결국 익숙하게 알만한 것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 


그럼에도 여느 미술품을 볼때 활성화 되는 내 감각 저 너머 제3의 감각을 깨우는 듯하여 좋았다. 


지난 월요일 리움 멤버십의 일환으로 문닫은 미술관에서 아니카 이 작가전을 본 후 이 난해한 작가를 어떻게 해석해야 되나.. 고민하다 블로그 쓰는걸 스킵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번 피노컬렉션에도 대거 포함되 전시되고 있었다. 피노의 안목에 걸려있는 작가이니 의미가 있겠다만 일주일 사이 두번이나 마주했음에도 이 작가를 내 언어로 규정하기가 어려워 이번 포스팅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피노 컬렉션은 프랑수아 피노가 50여년간 10,000여점을 컬렉팅한 결과물로 파리 피노컬렉션 미술관에 전시하고 있다. 파리에 미술관여행을 가게 되면 1번으로 가려고 써놓은 미술관. 


프랑수아 피노는 구찌, 입셍로랑,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를 보유하고 있는 케링(Kering)의 회장이다. 가방에 물욕이 없는데 남준이 때문에 갖고 싶어진 가방이 보테가베네타 (남준이가 보테가의 앰버서더예요) 


피노 컬렉션을 보고 마음이 동하면 꼭 보테가 가방 하나 사서 모레알같은 기여라도 할께요, 더욱 번창하세요! 



컬렉션의 초상: 피노 컬렉션에서 엄선한 작품들 
Portrait of a Collection: Selected Works from the Pinault Collection 
24. 9. 4 ~11.23 
송은갤러리 



전시는 2층, 3층을 본 후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순이다. 


1층 초입부터 세련되면서도 됨직한 작품을 마주했다.  


데이비드 해먼스의 작품으로만 구성된 방
데이비드 해먼스 (뒷벽 회화) <Untitled> 2004 / (앞 설치작품) <Rubber Bread> 1989
(오른쪽 벽) 데이비드 해먼스 <Cigarette Holder> 1990

위 작품들은 모두 데이비드 해먼스의 작품이라고 한다. 


뒷벽 목탄 작품은 우리 전통 수묵화 마냥 편안하고, 오른쪽 벽 <Cigarette Holder> 작품의 철사 위 담배꽁초들은 의외성때문에 위트있다. 


<Rubber Dread>는 툭 떠오른 가벼운 생각으론 가오나시처럼 보였는데 곱슬거린다는 이유로 천대받던 흑인 노예들의 머리카락과 17-18세기 노예범죄를 관장하던 백인 치안판사의 가발을 동시에 암시한다고 한다. 


작가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고 하여 끄덕여진 의도



미리암 칸의 초상화들 


미리암 칸 <Unklar, 03.12. 1995> 1995
미리암 칸 <o.t., nov. 94> 1994
미리암 칸 <Sarajevo, 22.08, 1995> 1995
미리암 칸 <baumwesen, 22.5 + 31.8 + 10.9.19> 2019

기이하고 그로테스크한, 어떤 면에서는 신비하기까지 한 미리암 칸의 초상화들


눈동자 없는 깊은 눈 때문인지 색대비가 명확한데 흐릿한 형태때문인지 한번보면 잊혀지지 않을 법한 스타일이다. 


요즘 스위스 출신 작가들에 관심이 가고 있는데 미리암 칸도 기억해 두고.  



피터 도이그 <Red Man> 2017

미국배우 로버트 미첨이 쿠바의 트리니다드에서 찍은 사진을 참조해 그린 것인데 작품명 <Red Man>은 쿠바(작가가 현재  쿠바 트리니타드에 거주))에서 밝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을 직설적으로 가리키는 용어라고 한다. 


(대에강 어떤 뉘앙스일지 알 것도 같고...)


한 영화배우가 찍은 사진을 그 장소에 가 살면서 재해석해 그린 그림이라...


사소한 듯, 진중한 작가적 선택과 표현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뤽 튀망 <Twenty Seventeen> 2017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여인일까, 궁금증을 자극하는 그림


놀람과 경악속에 공포가 서린 듯한데..


<Twenty Seventeen>은 전체인구의 3%만을 이루는 부유층과 그 나머지 빈곤층으로 이루어진 디스토피아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브라질TV 시리즈 '3%'를 차용했다. 내용인 즉, 브라질의 빈곤층에게는 스무살이 되는해 '프로세스'라는 게임에 도전해 부유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오직 3%만이 그 프로세스를 통과, 실패한 이들은 독살당하는 게임으로 게임통과에 실패한 여인이 죽음을 마주했을 때의 극적인 표정을 포착한 작품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와도 겹치지 않나..


'3%'보다 몇십배는 히트한 '오징어 게임'의 나라이니 



폴 타부레 <My Eden's Pool> 2022

예수의 십자가형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 어디에도 신성함과 비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독특하게 센세이션이널한 작품이다. 


잘린 몸통에 머리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생명의 기운이 남아있는데 그 옆의 잘린 머리는 완벽하게 죽음이다. 


어허...



플로리안 크레버 <Performance I> 2022

<My Eden's Pool>과 같은 공간에 전시되 있어 임팩트가 두배로 강하게 느껴진 작품 


퍼포먼스라기 보단 화형식을 하는 것 같은데...  화형식이 퍼포먼스같고 



안토니오 오바 <Sesta> 2019

강렬한 두 작품을 지나 정막한 들판 속 건강한 흑인아이와 그와 같은 톤으로 검디 검은 고양이 한마리 


수평과 수직, 노랑과 빨강, 흑과 백의 조화와 대비가 강렬하면서도 이국적 느낌을 준다. 



라이언 갠더 <The End> 2020
라이언 갠더 <The End> 2020

송은의 피노 컬렉션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그로테스크하고 난해했는데 그 중 이 작은 생쥐의 끊임없는 조잘거림은  나름의 숨쉴 여백을 주었다.  


리움 벽에 초미니 엘리베이터를 지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처럼 좁은 복도끝 아주 조그마한 벽을 뚫고 몸을 반 걸친 생쥐가 뭐라고 뭐라고 계속 말을 해대니 이날 관람객들은 이 귀여운 생쥐를 찍느라고 다들 무릎을 꿇고 초집중 모드였다. 그 인파를 뚫고 나도 성고옹~


내용은 작가가 막내딸의 목소리를 입혀 인류가 직면한 여러 거시적 문제에 대한 메시지였다고



아니카 이의 회화 작품들

아니카 이의 작품은 그룹샷으로 남겨만 두고 



줄리 머레투 <Myriads, Only By Dark> 2014

흑백의  날카로운 감각이 느껴지는 줄리 머레투의 작품도 그룹샷 



루돌프 스팅겔의 연도가 다른 다 같은 <Untitled> 작품

루돌프 스팅겔의 작품도 떼샷 



타티아나 트루베 <The Guardian> 2020

그러고 보니 루돌프 스팅겔의 작품들 사이에, 다른층의 어떤 작품들 사이에도 위 설치조각품이 있었다. 


구두도 있고  방석같은 형체도 있고, 의자에... (머지?)


설명지는 미술관의 가드들을 나타냈다고. 


입구 시큐리티라기 보다 미술이 있는 공간 안에서 소리 없이 관객의 질서를 유지하게 해주는 지금 이 곳에도 있는 이 분들이 구나


그러고 보니 딱이네 



안리 살라 <1395 Days without Red> 2011

이번에 송은을 처음 방문 한 것인데 송은은 공간이 참 좋더라


청담 한복판에 삼청동에서 누릴 법한 자연을 끌어들인 건축법이나 모던한 디자인, 건축자재, 음향 설비들이 전시감상에 최적이었다.  


1층 로비에서 2층으로 올라오는 공간의 시청각 장비에선 '안리 살라'의 영상작품이 상영되고 있었다. 


나도 잠시 헤드셋을 쓰고 세상의 소리 없이 고요히 영상에 집중했다.



염지혜 <AI Octopus> 2020

2층에서 3층 갈때도 엘레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는데 이곳에서도 작은 규모의 영상 상영이 가능하고. 



송은은 무엇보다도 이 지하 공간이 압권


제주의 수풍석박물관을 도심 한복판으로 옮긴 듯한 형태에 지상으로 부터 환하게 비추는 빛 만으로 지하의 어두운 공간이 아티스틱하게 변화되는 경험을 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리아칼라스로 분한 홀로그램 오페라 공연이 있었는데 사진을 촬영할 수 없는 곳이라 지하는 이 공간만 남겼다.  


송은은 이번이 첫 방문이었는데 현대미술 뿐만아니라 고즈넉한 고미술이나 백자전을 해도 더없이 잘 어울릴법한 공간이었다. 


강남권엔 호림 다음으로 전시공간도 전시기획도 훌륭한 미술관과 갤러리로 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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