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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세계 Dec 26. 2022

머릿속에 들어온게 무엇인지..

90년 1월 29일 맑음


날씨를 ‘맑음’하고 썼지만 왠지 나의 가슴속은 그렇게 맑은 것만 같은 날씨는 아닌 것 같구나.

한 달 넘게 도서관에서 지냈지만 머릿속에 들어온 것은 무엇인지 거의 기억나지 않는구나. 

이렇게 여덟 달을 보내버리면 정말 어떻게 될지 걱정되고 갑갑하구나. 

그제는 잠꼬대를 하면서까지 그 무엇을 멀리하고 저항하려고 떨구려고 버둥댔었던 것이 기억난다. 

거의 공포로 변할 것 같은 근심걱정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구나

이제 2, 3, 4, 5, 6, 7, 8, 9... 여덟 달 남았구나. 

여덟 달...나에게 좀 소중히 가치 있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어 내야 될 것 같구나.

JJ 난 정말 약한 것 같지 않니?



일기에서 9월을 마지막 달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때당시 육군사관학교나 공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의 시험이 9월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변해 사관학교가 직업 1순위는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아버지께서는 내가 사관학교에 들어가기를 바라셨다. 

형님은 검판사가 되기를 바라시고 대학도 법학대학을 보내셨다. 물론 형님이나 나나 둘 다 모두 아버지의 뜻대로는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형님은 산전수전 많은 고생을 한 끝에 보험 회사를 하나 차려 남부럽지 않게 살고 계신다. 

형님이 성공하시어 집안 경조사에서 목소리도 커지시고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을 말없이 홀로 다 챙기시는 모습을 보면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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