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글리어스 Jul 15. 2022

단 하나도 버려지지 않도록, 남음제로 밭

당연하게, 다양하게 자라나는 남음제로밭 이야기

어글리어스는 왜 못난이 농산물을 구출하고 있을까요?


생산자는 노고와 가치를 인정받으며 판로 걱정 없이 농사에 집중하고, 소비자는 신선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농산물의 특성상 수확량, 수확주기를 명확히 예상하기 어렵고, 수확 직후 바로 판매되지 않으면 신선도가 빠르게 떨어져요. 그래서 배송 시의 신선도, 안정성 문제나 시기를 놓치는 등의 문제로 구출하지 못했던 여러 농산물이 있었고, 그때마다 이 문제를 더욱 근본적으로 접근해야할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어글리어스는 단순한 판매를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진정한 매개로서 이렇듯 불안정한 농업환경에 직접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해 나가고자 합니다.


그 첫번째 시작으로, 생산된 모든 농산물이 똑같이 대접받는 ‘남음제로밭’ 을 소개합니다.

*잠깐! 남음제로밭이란?

생산된 모든 농산물이 크기나 모양에 상관없이 전부 소진되고, 외적인 품위 및 유통 규격을 위한 불필요한 자재 사용을 최소화한 밭

크게 자라 수확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더니 꽃을 피운 루꼴라 밭


남음제로밭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된 모든 농산물은 모양,중량,크기로 등급을 매기지 않고 모두 판매하여 잉여 농산물 폐기를 막고, 외형을 위한 불필요한 자재 및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어요.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글리어스에서 곧바로 전달드리기 때문에 신선함은 물론,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과 탄소발자국도 줄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시스템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지만, 어글리어스의 이런 생각을 듣고 공감해주신 생산자님과 함께 첫 삽을 뜰 수 있었습니다.


생산자님의 밭은 이렇게 물 맑고 깨끗한 충남 예산의 한 마을에 위치하고 있어요.


딸을 위해 건강한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 농부, 김성희,송재필 생산자 부부입니다. 주로 친환경 방울토마토와 허브를 재배하고, 어글리어스와는 김성희 생산자님을 주축으로 허브 남음제로밭을 가꾸고 계세요.


여름을 준비하느라 더욱 바쁜 5월의 어느 날, 어글리어스와의 남음제로밭은 물론 친환경 농업에 대한 생산자님의 경험과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평소 어글리어스와 함께해주시는 생산자분들의 생각과 남음제로밭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세요.


우리 딸을 생각해서라도
친환경으로 해야겠더라고요.


농사를 어떻게, 왜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원래부터 귀농에 대한 생각은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막 태어났을 무렵, 남편 회사 일이 주말에도 무척 바쁘다 보니 어린 딸아이가 아빠 얼굴을 잘 못 알아 보더라고요. 귀농을 하게 되면 좀 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을 것 같아 결심하게 되었어요. 농사짓는 일도 만만찮게 힘들고 바쁘지만, 가족이 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늘어난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17년도부터 시작해 햇수로 6년째예요.


더욱 수고스러운 친환경 농사, 왜 결심하게 되셨나요?

예전에도 독한 농약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풀 관리가 힘들어 제초제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밭에 놀러온 어린 딸이 우리 방울토마토를 따먹었을 때 곧바로 약을 언제 쳤는지 생각부터 하게 되더라고요. 처음부터 딸을 위해 시작한 농사이니, 딸을 위해서라도 친환경농업에 진지하게 매진해보자 싶었어요. 기존 관행 농법으로 생산량이 많은 베테랑 생산자 분들에게 청년농부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았고요. 그렇게 준비를 시작해 3년간 무농약 농법을 유지하고, 2020년도에 친환경 인증을 받았습니다.


친환경 농법을 시작하셨을 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렇죠. 무엇보다 벌레 때문에 힘들었어요. 특히 벌레가 잘 꼬이는 작물이 또 있고요.

관행농은 살충제를 1~2번 치면 벌레가 싹 없어져요. 그런데 친환경 약재는 아침 저녁으로 4일을 쳐도 벌레가 잘 죽지 않아요. 벌레 때문에 나무가 죽거나 생산량이 크게 떨어져서 아예 농사를 망친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친환경 농사는 관행 농사의 절반 정도밖에 수확량이 나오지 않아요. 생산량은 지켜내더라도 정말 많은 노력과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 맛이 크게 떨어지기 쉽죠.

관행농에 비해 단가가 좀 높게 책정되긴 하지만, 그나마도 조금 높다 싶으면 학교 급식 같은데선 (식재료)단가가 올라가니까 잘 안하려 하거든요. 친환경이 진짜 아무나 하는게 아는구나 하는거 많이 느꼈죠.

하지만 점점 사람들 인식 같은 것이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건강 생각하는 소수의 어르신이나 환자분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많이 찾으셨는데, 요즘엔 몸과 환경을 위해 일부러 친환경을 찾으시는 젊은 층들이 많아졌다는게 느껴지더라구요.



줄기 윗 부분부터 익는 방울토마토의 특성상 아랫부분은 작아서 남겨진다. 상품 가치가 없어 수확하지 않지만, 따서 먹어보면 놀라울 정도로 진한 단맛이 농축돼있다.



'못난이'라고 해서
품질이나 맛이 떨어지면 안되니까


어글리어스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얼마 전에 처음으로 지역의 작은 농부장터에 출점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누가 우리 작물을 맛보시고는 어글리어스를 소개해주셨어요. 외관 상 보기 안좋거나 판로가 없어 못 파는 아이들을 유통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좋았지요. 농사를 짓다 보면, 정말 구석구석 손이 하나 안 가는 데가 없고 정성이 안 가는 데가 없는데. 먹을 땐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조금 흠이 생겼거나 작다는 이유로 버려야 할 때마다 정말 안타까웠거든요. 이런 식으로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판로도 개척해준다고 하니 반가워 연락드리게 됐어요.


선뜻 어글리어스와 제로 웨이스트밭을 함께 해주신 계기도 궁금해요.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바탕이 어글리어스가 추구하는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은 의도라 실현 가능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크기와 모양이 고른 것만 수확하려면 작업속도를 맞추기 위해 어쩔수 없이 버리게 되는 멀쩡한 작물들이 생각보다 더 많거든요. 그런 걸 최대한 버리지 않고 소비자에게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죠.

허브 농사 짓다보면 작은 소포장 단위로 나가야해서 플라스틱이 엄청 사용되다보니 마음이 불편했는데, 어글리어스는 상자 채로 가져가니까 포장재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대량으로 시작하기보다 먼저 조금씩 소량으로 이렇게 시작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하고 계신 바질

특히 제로웨이스트밭 운영에서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있으시다면.

살충제, 제초제 사용을 안하고 권장량의 비료만 사용하는 등의 친환경 농법은 당연히 유지하고 있어요. 제로웨이스트 밭에서 나오는 모든 물량을 어글리어스 남김없이 가져가 준다고는 하지만, '못난이'라고 해서 품질이나 맛이 떨어지면 안되니 좀 더 긴장하고 철저히 관리하고 있어요.


허브는 친환경으로 짓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소량이라도 키워주시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어글리어스에서는 괜찮다고 했지만, 허브 농사는 경력이 길지 않아 이렇게 재배할 때 수확량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 좀 걱정이예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이번에 잘 되지 않더라도 계속해나가고 싶어요.


김성희 생산자님은 지역 청년농업인협의회 모임체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지역 여성 농업인끼리 모여 서로 소통하며 농업 및 재배 기술을 연구하고, 각자의 농장에 직접 적용하기도 해요. 모임체에서 함께 재배한 농산물을 직접 출하하고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처음 귀농했을 때는 작은 마을이다보니 ‘남자가 농사짓고 여자는 밥 해야한다’는 인식도 있었지만, 여성 농업인들끼리 힘을 보태서 농작물을 생산하는 경제적 활동을 통해 농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어요. 



다양하게 자라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필요해요


농사를 짓다 보면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고민이 더하실 것 같아요.

작년에 작게 농사지은 메론이 정말 주먹만하게 작게 달렸어요. 맛은 참 좋았는데, 그냥 너무 작았던거죠. 그런데 제가 직접 농사지으면서 먹어보니 토마토도 작은 게 더 맛있고, 멜론도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한테 판매하거나 경매에 올릴 땐 이런 작은 과는 전혀 가치가 없어요. 경매에 올린다 해도 부자재 가격도 안나오는 바닥 가격에 책정 되고요. 마땅한 판로도 없다보니 그냥 농가 놀러오신 지인 분들께 나눠드리고, 나머진 아예 밭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었어요. 저희도 다 정성을 다해 키운 아이들이니 조금 작거나 커도 소비할 수 있는 건 최대한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한정적인 환경이라 아쉬울 때가 많죠.

어글리어스가 더 열심히 해서 (농산물의) 천편일률적인 맛과 모양을 추구하기보단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기후 변화도 더 몸소 느껴지실 것 같아요.

정말 그래요. 그래서 매해 농산물 키우는 게 두렵기도 해요. 올해는 날씨가 어떠려나, 하는 두려움이요. 해가 달라질수록 더 크게 느껴지고 있는 중이예요. 계속해서 더 심해지고 예측이 어려우니, 농사 노하우가 좀 쌓이려 해도 무용지물이 될 때가 많아요.


마지막으로 남음제로밭의 허브를 접할 소비자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점점 소비자분들도 다양한 형태의 농산물을 생각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많은 곳에서 잘 가공하고 선별된 농산물만 고르고 골라 시장에 선보이고 있고, 그런 것들만 환영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우리가 키워보면 정말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자라나요. 토마토만 해도 같은 데서 작은 거, 큰 거 다 다르고 어떤 품종으로 언제 수확하냐에 따라서도 맛이 정말 다양해지거든요. 농산물은 '생물'이고, 아주 다양하게 자라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계속 친환경 농법을 계속 유지해 나갈거고요. 못난이 농산물은 물론 1차 생산물 전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더 다양한 시도해 나가고 싶습니다. 농업을 다양하게 바라보려고 해요.


이렇게 허브 남음제로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허브류는 매주 채소박스 '추가 가능 품목'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남음제로밭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친환경 농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점차 확대해 나가려 해요. 지속가능한 식탁에 한 발 더 가까워지기위해 도전과 실천을 멈추지 않을테니,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해 주세요!


향긋한 허브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

향기로운 허브는 다양한 요리에 사용해도 좋지만, 생으로 즐길 때 그 향이 가장 두드러져요.

생산자님은 집에서 자연적으로 건조하여 집안 곳곳에 두어 천연 방향제로 사용하거나, 건조한 허브류를 묶어 스머지 스틱처럼 살짝 태워 사용하신다고 해요.

허브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생활 곳곳 널리 쓰이길 바라는 생산자님의 마음을 담아 활용 팁을 알려드립니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