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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Sep 11. 2022

아들에게 물려준 무적칩

 나는 '무적칩' 유저다. 결혼 전 개통한 5개의 3G 데이터 유심을 결혼 후 온 가족이 쓰고 있다. 전화가 가능한 모회선은 초등학교 2학년 큰 아들이, 1번 데이터 유심은 큰 아들의 아이패드에, 2번과 3번은 작은 아들의 휴대전화와 아이패드에 그리고 4번은 아내의 업무용 전화기, 마지막으로 5번은 나의 아이패드에 이식했다. 전화나 문자보다 메신저와 SNS를 더 많이 이용하는 사회로 바뀌면서 데이터 유심 만으로도 휴대용 기기를 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은 이 '무적칩'이야기를 해보자.


 신규 핸드폰을 사은품 가득한 대리점에서 개통하거나 '공시', '선택 약정', '할부원금' 등의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적칩'이라는 용어가 생소할 수 있다. 지금처럼 5G가 아닌 3G 통신망이 주력이던 시절 한 가수가 '콸콸콸'을 외치며 한 달 3천 원으로 데이터 유심 5개를 주는 SKT의 OPMD((One Person Multi Device) 서비스를 일명 '무적칩'이라고 부른다. 한 명이 여러 개의 기기를 쓰는 경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을 때 다른 기기도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서비스라 당시 전자제품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선풍적인 인기를 끈 서비스다.


 하지만 여러 대의 기기를 한 명이 쓴다는 가정 하에 제공되는 서비스인데 가입자들이 배부받은 유심을 가족이나 지인과 공유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통신사는 이러한 케이스가 많아지자 서비스를 황급히 종료해버리고 2011년 3월 이전 가입자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했다. 기존 가입자들도 요금제를 해지하거나 다른 요금제로 갈아탈 경우 재가입이 불가능하다. 타인에게 양도조차 안된다.


 당시 군인이었던 나는 이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해 휴가까지 썼다. 통신사가 서비스 취소를 예고한 지 하루만이었다. 일반 대리점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상품이라고 하길래 도심 중앙에 있는 SKT 지점에까지 차를 몰아 가입에 성공했다. 데이터 유심 5개를 받아 들고 의기양양하게 부대로 돌아올 때는 얼리어댑터로서 자부심까지 느껴졌다.


 5G 시대에 3G망의 속도는 당연히 느리다. 하지만 7 Mbps의 속도(인천 중구, 2022년 9월 기준)는 유튜브를 보거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신하는데 충분한 속도다. 요즘 통신사에서 홍보하는 무제한 요금제도 사실은 기본 데이터를 소진하고 나면 3 Mbps의 속도로 제한이 걸린다. 이에 비하면 무적칩은 속도는 더할 나위 없다.


 이 서비스를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모르겠다. 소량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내비게이션과 안성맞춤이고 자동차 음악 감상용으로도 충분하다. 훗날 아이들이 자신의 휴대기기를 사용하며 데이터 속도에 목말라할 때 아마도 서비스를 해지할 듯하다. 전자기기와 통신서비스에 진심인 아빠를 만난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게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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